2010년 3월 7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사이버 딸이 뭐길래

사이버 딸이 뭐길래

인터넷 게임 중독의 심각성이 도를 넘고 있다.

인터넷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사건의 정도가 엽기적이어서 걱정이다.

최근에만 해도 인터넷 게임을 빠져 생후 3개월 된 친 딸을 굶겨 죽인 비정한 부모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자신의 딸보다 컴퓨터 게임을 통해 인터넷 공간에 생성된 ‘사이버 딸’에 더 집착한 것으로 드러나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는 자신에게 자제를 요구하는 친모를 ‘잔소리가 듣기 싫다’는 이유로 때려죽인 패륜아 사건도, 그리고 게임에 빠져 며칠 연속 게임에 매달렸다가 사망한 30대 남자의 어이없는 돌연사도 최근 며칠 동안 인터넷 중독이 불러온 불행한 일이다. 더구나 볼썽사나운 이 사건들이 외신에까지 보도돼 전 세계 구석구석 퍼져나가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인터넷 강국 면모가 엉뚱한 방향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형국이다. 집안망신이 따로 없다.

IT 강세 덕분에 삼성이나 엘지 등 대한민국 브랜드가 세계무대에서 호평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 같은 어두운 이면과 맞닥뜨리고 보면 IT 발전이 우리에게 행인지 불행인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게임 중독 하면 오래 전 미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팩맨’이라는 게임에 얽힌 일화들이 떠오른다.

대학 총장과 장관을 지낸 A씨는 고국에서 오랜만에 남편을 만나러 온 부인을 곁에 앉혀두고 팩맨에 매달렸다가 불화를 자초했다거나 지금은 대법관 반열에 올라가 있는 B판사는 장 보러 간다고 나가서 팩맨을 붙잡고 씨름하느라 늦어진 저녁 때문에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는 등의 팩맨 때문에 야기된 이런 저런 소문들이 우리를 심심치 않게 했던 기억이 있다.

나 역시 요즈음에도 미국가는 비행기 안에서 거의 4시간 연속 (예전부터 좋아하던) 테트리스 게임에 빠져 있을 때가 있음을 고백한다.

우리가 이 정도니 젊은이들의 게임중독 현상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컴퓨터로 인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개인의 고립화 현상이다. 그 고립화가 게임중독을 양산하는 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중독현상은 가족, 친구 등과의 대화 단절에서 부터 시작한 후유증에 다름 아닌 것이다. 심지어 한 집에 사는 가족 간에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각자의 방에 연결된 컴퓨터 메신저를 통해 대화가 이뤄지는 게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 엽기 부모 사건도 가상 세계에 지나치게 길들여진 나머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상 세계에 더 집착하게 된 이상 행동에서 비롯된 결과다.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된 데에는 게임문화가 산업을 이끌어 가야한다는 논리로 게임산업 육성에 주력해왔던 정부 당국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다. 문화부가 게임산업을 규제 대상이 아니라 진흥시켜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개발하지 못하느냐는 대통령 발언 이후 게임산업 정책과 지원 내용이 환골탈태 수준으로 바뀐 건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 중독자는 약 2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잠정적 폭탄인 그들을 구제하는 일이 시급하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우선은 가족과의 소통을 통해 건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배려하고 노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고립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이나 국가차원의 시스템을 조성하는 일이다. 현명하게 컴퓨터 주인이 될 수 있는 노하우를 가르치는 매뉴얼이나 활발한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사회적 메카니즘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에 각별한 노고가 필요하다.

근본적 예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쳐가는 사이버 세상을 바로잡는 일이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문제라는 데 인식을 함께 하자.
(2010.3.6)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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