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9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650만 개인정보 무단유출

650만 개인정보 무단유출



국내 유명 백화점 등에 등록된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ID와 비밀번호 심지어 집 주소에 이르기까지 650만 명의 개인 신상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손에 넘어가 있는 정황은 실로 놀랍다.

인터넷 해킹 하나로 인터넷 전체 사용자의 20%에 달하는 개인의 사적 영역이 순식간에 침범당할 수 있는 현실은 거의 재난 수준의 돌발상황이다. 도대체 IT 강국으로 핸드폰의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나라에서 이 무슨 창피하고 황당한 일인지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보안의 사가지대에 놓인 나의 ‘바코드’가 타인의 시선에 벌거벗겨진 채 읽히고 있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불쾌하다.

기왕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2008년 당시 인터넷 쇼핑몰 옥션의 회원 정보 유출사건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엄청난 규모의 피해자가 속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분노에 들끓는 여론 앞에서 해당 업체가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렸던 것 같은데 비슷한 사건이 또 터졌다.



날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스팸메일과 메시지 횡포에 울화통을 터트린 경험을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스팸들의 근원도 따지고 보면 개인정보의 불법유출에서 비롯됐을 터다. 결코 간단하게 넘길 수 없는 비슷한 징후들이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만연돼 있는 현실의 일단이다. 개인 정보의 무단유출로 인한 후유증도 후유증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걱정스럽다. 그 공포(?)스러움에 머리에서 쥐가 날 정도다.

인공 두뇌를 가진 컴퓨터가 인간의 뇌에 일정한 데이터를 입력시켜 인간을 가축처럼 통제하고 지배하는 가상세계를 그린 영화, 메트릭스에서 받았던 강렬한 충격을 기억할 것이다. 죠지오웰의 동물 농장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에서도 비슷한 징조를 강조했던 것 같다.

지진이나 해일 등의 공세로 우리의 목을 죄어오는 자연의 역습도 비슷한 국면이라고 생각하면 지나친 예민함일까? 인간 스스로의 입지를 좁혀나가는 이런 저런 정황을 고려해볼 때 스스로 자유를 반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간의 자유와 독창성이 말살돼 가는 암울한 미래가 예지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보이지 않는 손길의 조종으로 조금씩 스스로의 영역을 내주며 뒷걸음질 치고 있는 인간의 또 다른 한계점이 노출된 사건일지도 모르겠다.

급기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수 없는 부실한 국가 공권력에도 공격의 화살이 날아갈 판이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 영역에 속하는 개인 존중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가 21세기 국가 경쟁력 창출을 꿈꾸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이번 정보 유출 사태를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다.

회원정보의 부실 관리가 백화점 등의 실수였다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강구돼야 하지만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노린 고의적인 범행이었다면 그에 걸 맞는 처벌로 강력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악의적 충동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측면에서라도 강경책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연속된 오류로 인해 완전할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을 절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러지고 극복하는 삶의 과정을 통해 쓸 만한 인격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데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왕성한 삶의 복원력이 인간으로 하여금 삶이 살만하다고 느끼게 해 주는 덕분이다. 신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인간의 한계에 대한 신의 배려일지도 모른다.

사이버의 탐욕과 무질서도 무사히 평정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0.3.10)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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