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1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무소유의 공명

무소유의 공명



법정 스님의 입적 소식에 가슴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다.

일체의 장례의식도 관과 수의, 심지어 다비식마저도 ‘번거롭고 부질없는’ 일이라며 거부할 정도로 철저했던 ‘무소유’의 행적을 뒤로한 채 또 한 분의 큰 스승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

성자의 ‘맑은 가난’이 깊은 울림으로 가슴을 친다. 시간과 공간을 버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소유의 명징함을 잃지 않았던 청빈한 삶이 숙연함으로 다가온다. 그의 삶에 대해 뭔가를 더하거나 빼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다.

주옥같던 생전의 말씀들이 어지러운 世情을 깊은 성찰의 골로 이끄는 이 밤이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도 함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버렸더라도 버렸다는 관념에서조차 벗어나라. 선한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일에 묶여있지 말라.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지나가라. -'일기일회' 中



헌신과 봉사의 철학으로 고귀한 가치와 진리를 추구해 온 종교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인류 역사 속에서 종교의 타락상은 항수로 존재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종교 갈등이 전쟁으로 확대된 경우도 많았다. 부패한 종교가 혹세무민하면 그것보다 더 큰 폐해가 없다.

우리 역시 갈수록 비대해지는 종교권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영혼을 담보로 한 각 종교단체의 횡포가 횡행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질문명의 발달이 황금만능주의를 양산, 영혼이나 무소유의 가치를 강조해야 할 종교기관이 물신을 섬기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만든 탓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 법정스님은 종교를 초월한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하기를 주저하지 않으셨다. 故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우리에게 구도자의 길은 무엇이고 어떻게 인생을 정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지에 대해 보여주셨다. 그런 그가 대중에게(종교 구분없이)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존경과 감사의 사표로 자리매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소유로 일관했던 스님의 생애는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제대로 된 삶의 마무리를 일깨우셨다. 향을 싼 종이가 주위를 향내로 진동시키듯 물욕의 허망함을 가르치신 셈이다.

우선은 자식들에게 물질로 유산을 남기는 일을 제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그러나 물질이 자식 농사를 망쳤던 사례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진정으로 자식을 유형의 유산에 집착하기보다 무형의 유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사회적으로 유산 안 물려주기 운동이 시작됐지만 지금까지는 적극적으로 경영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약간의 사회적 저항의 조짐까지 보이는 안타까운 현실도 문제다.

하지만 혈혈단신 홀연히 빈손으로 떠난 법정 스님의 삶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빈손으로도 아름다운 빛이 되어 대중을 개안시키는 힘을 발휘하고 있는 그의 삶이 살아있는 증거가 되어 우리의 닫힌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가족이나 자식을 위해서도 무언가 좀 더 남기려고 무리수를 두지 않는 삶이야말로 성공적인 인생이 될 수 있음을 유창한 웅변으로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그가 남긴 무소유의 흔적이 유산 안남기기 캠페인에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새로운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의 발전과 국격을 높이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거인의 공명을 따라 마음을 얹으면 될 일이다.
(2010.3.12 )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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