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3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한명숙, 검찰' 그리고 '명진, 안상수'

'한명숙, 검찰' 그리고 '명진, 안상수'



지금 대한민국은 진실게임으로 혼미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를 향한 진실 공방이 대한민국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전직 총리가 뇌물을 받았느냐 여부를 두고 지리한 법정 공방이 안방에 연일 실황중계 되고 있는 와중에 이번에는 여당 원내대표가 강남 봉은사 주지 인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폭로전이 터졌다. 이로 인해 관련 인사들의 진실게임 릴레이가 점입가경 수준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진실 공방은 각자의 주장만 난무할 뿐 이를 입증할 만한 실체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공방은 공평하지 않다. 늘 어느 한 편은 손해를 보게 돼 있고 대부분 힘 있는 쪽이 그 대상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만일 고위직 공무원과 하위직 공무원이 갈등으로 진실공방 국면에 놓이게 된다면 대부분 하위직 주장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진실 여부나 개인의 신뢰지수와 상관없이 약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는 건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인지상정이 작동하는 까닭이다.



판사로 있는 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실의 허망한 실체에 황망해 하던 기억이 있다.

재판과정에 있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을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주로 사실이 판명됐을 때 피해가 큰 사람 쪽 주장이 거짓일 경향이 높다는 기준으로 판결을 내리게 된다는 고백이었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때로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는 게 진실의 실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말이 1+1=2 라는 명확한 수치의 결론이 아닌 한 모든 진실의 실체엔 망설임과 모호함이 전제돼야 한다는 타협의 제안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A 전 국회의장이 들려줬던 선거 후일담을 통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A 전의장은 우스개로 말씀하셨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웃어넘겨지지 않던 ‘유머’였다.

피스톨 B이라는 별명을 가진 B 비서실장을 상대로 한 어느 선거 때의 일이다. 유세기간 중 우연히 술자리를 함께 했다가 실수로 A의장 이마에 상처가 생겼는데 황의장은 그 즉시 이마에 붕대를 동여매고 박종규가 자신을 해치려 했다는 흑색선전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고. 물론 A의장이 이겼다. 불쌍한 B실장은 아무리 무고를 해명해도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선량을 선택하는 선거 마당에서 통하던 수법이었다)



한명숙 전 총리와 검찰 그리고 명진스님과 안상수 원내대표 사이의 진실게임 국면도 마찬가지다. 일단은 검찰과 안상수 원내대표 측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검찰이 서울시장 예비후보 주자인 한 전 총리의 가장 확실한 선거운동원이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오고 있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연이은 악재에 속이 터진다는 여당의원의 하소연은 거의 비명에 가까운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별히 여론의 향방이 중요한 지금 같은 시점에서 하루도 무사히 넘기는 날이 없는 것 같다.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인간의 이성으로 설명할 대상이 아닌 종교와 연관된 문제다. 인간의 신앙심을 바탕으로 설명되는 존재이기에 쉽사리 규명하기도 판단하기도 어려운 대상일 수 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명진’과 ‘안상수’ 사이의 진실공방은 처음 시작과 다르게 사찰탄압, 종교내정 간섭 등의 확전된 오류로 각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자칫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감당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명숙’ 건도 ‘명진’ 건도 앞으로 영원히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은 이미 진실공방에 판가름을 냈을 뿐 아니라 관련 당사자들로 하여금 더욱 많은 피해를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손해 본다고 생각되는 쪽이 진실을 규명하고 파헤치는 나서면 최소한 여론상으로 더 큰 손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

봉은사를 가운데 둔 진실공방이 선거 국면에서 어떤 형태로든 치명적 빌미로 작용될 조짐이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지지기반이 취약한 불교계가 이번 일로 한나라당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일단은 한시라도 빨리 봉합하고 함구하는 쪽이 그나마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전하고자 이 글을 쓴다. 지금은 그저 겸허한 마음으로 침묵할 때다.
(2010.3.23)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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