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8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유관순 열사를 생각하며


유관순 열사를 생각하며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유관순열사의 마지막 유언 中





다시 3.1절이다.
민초들이 나라 잃은 슬픔 대신 자주 독립을 외치며 결연히 일어나 민족혼의 정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던 민족사에 길이 남을 그 날이다. 고종의 승하와 함께 시작된 이 운동은 일본군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1년간 지속되며 일부 친일세력들의 양심의 변화를 가져오게 할 정도로 영향력을 보였다. 또한 중국의 5.4 운동과 간디의 비폭력 운동을 이끈 것으로 평가될 만큼 우리의 비폭력 평화적 저항 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대역사였다.

삼천만이 하나로 뭉쳐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그날의 함성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이 있다. 역사에 빛나는 민족의 꽃, 우리의 영원한 누나로 자리매김 된 유관순 열사다.

그에 대한 평가는 외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인도의 네루 수상은 독립운동 당시 자신의 딸에게 한국의 유관순을 본받으라고 충고했는가 하면 일본인 사학자 가타노 쓰기오는 ‘유관순은 한국의 잔다르크’라고 평가한 바 있다.



3.1운동과 유관순 열사는 자랑스럽고 소중히 간직해야 할 민족적 문화유산이고 정신적 가치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91주년을 맞는 우리의 3.1절의 현주소는 그다지 형편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무슨 영문인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던 유관순 열사 전기를 누락시키거나 (반발 여론에 밀려 내년에 다시 원상복구하기로 했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심지어 3.1절이 제정된 배경을 잘 모른다고 응답한 초등고학생들이 40%가 넘는다는 조사결과가 우리를 기막히게 하는 현실이 그것이다.

역사 교육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갈수록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지키려 일제에 항거했던 3.1 운동의 근대사적 상징과 의미가 그 존재감을 잃게 될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유관순 열사의 치적을 축소하려는 교과부의 최근 움직임은 유감이다.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된 유관순 열사는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중 모진 고문 끝에 18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조국의 자주 독립을 위해 끝까지 담대함을 잃지 않았던 용기와 충절은 오래도록 우리의 가슴에 새겨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세상이 바뀐 마당이다.

바야흐로 온 세계가 여성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죽을 힘을 다한 여성의 경쟁이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보이고 있음은 이미 여러 경로로 입증됐다.

여성은 무조건 수동적이고 보조적 위치에 만족해야 했던 과거와는 모든 게 판이하게 달라졌다. 세심한 배려와 헌신적인 봉사 정신을 모토로 하는 21세기 리더십은 남성보다는 여성에 유리한 국면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맨 몸으로 일제의 총칼 앞에 항거한 유관순 열사의 모습만 강조할 게 아니라 현대여성이 필요로 하는 유열사의 이면을 발굴하는 노력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아침 귀국한 딸과 함께 부모님을 뵈러갔는데 어머니께서 “우리 손녀는 마음씨가 착해서 복도 많이 받고 좋은 신랑감 나타날 거다”라고 하셨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딸이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길 바라지만 그에 못지않게 치밀하고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잔다르크의 기질을 갖추고 전문적인 여성으로서 종속된 삶보다 당당한 독립변수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2010 .2.28)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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