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5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나의 길


나의 길





물 오른 김연아의 경기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언제 보아도 감탄이 흘러나오는 김연아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절정의 경지’ 그 자체다. 하늘의 천사가 내려온들 저만큼 할 수 있을까 싶게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그녀의 경기는 눈부시다.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는 그녀는 누가 뭐래도 명실상부한 은반 위의 여제다.

그녀의 요즘 근황이야 말로 황제의 전성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원로 희극인 배삼룡. 그가 유명을 달리했다.

다시 일어나 무대에 서겠다고 벼르던 마지막 꿈조차 이루지 못한 채 먼 길을 떠나 버린 것이다.

바보 개그와 비실이 춤으로 7,80년대를 풍미하며 우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코미디계의 황제이자 대부로 요즘의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던 스타 배삼룡.

그러나 황제의 주가를 날리던 삶의 궤적에 비해 그의 말로는 지나치게 초라하다. 밀린 병원비가 이미 삶의 경계를 달리한 그의 발목을 붙잡을 정도로 피폐하고 남루한, 가난과 외로움뿐인 인적 끊긴 병상이 그가 남긴 실체였기에 드는 생각이다. 그나마 고인이 되자 갖가지 수식어를 붙이며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사람들이 넘치니 다행이다 (실지로 조문 오는 사람 보다는 조화와 카메라의 숫자가 더 많다고는 한다).

한창 잘 나갔을 당시의 화사함이 엿보이는 고인의 영정사진이 애잔함으로 다가온다.

황제의 쓸쓸한 뒷모습을 향한 일종의 페이소스일까?


故人을 통해 우리 인생을 관통하는 삶의 실체를 목격한다. 아무리 잘 나가는 황제도 결국은 죽음으로 소멸되는 것이고 최고와 최상의 지위 역시 종국에는 내 놓게 돼 있는 삶의 진실을 말이다.

김연아의 말처럼 최고의 퍼포먼스는 자기 스스로를 믿고 아무 부담감 없을 때 발휘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최고가 미래의 최고에게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는 생성소멸의 법칙에 순응하는 게 우리 삶의 실체다.

유별난 건지 모르지만 인생이 잘 풀리고 신날 때는 늘 긴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마음껏 즐거움에 빠지기보다 산 꼭대기에 올랐다가 내려 갈 때의 순간을 연상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질곡의 구렁에 빠진 것처럼 삶이 암담한 순간에도 마찬가지로 냉정함을 잃지 않게 된다. 오히려 힘든 터널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을거라는 생각으로 고통을 이겨내는 힘을 모으게 된다. 이런 나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지인들도 이런 내 유별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인생의 성취에 자만하지 않을 수 있는 내 나름대로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종일토록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거의 10분, 20분 단위로 쪼개야 할 정도로 바쁜 일과였다)비슷한 생각을 했다. 오늘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하는 일도 다르고 처해 있는 환경, 그리고 생각도 제각각 다르지만 결국 각자의 종말은 비슷한 모습이 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 말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육신까지 내 놓고 이승을 하직하는 상황에서 조금의 변경도 용인되지 않는 현실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때를 기다렸다가 무엇인가 자신의 목표를 이뤄 본 사람들은 말한다.

최고의 때를 기다려 뜻을 이루는 과정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경지에 오르는 정점의 순간이라고.

그리고 등산하는 과정을 즐겨 예로 삼는다. 정상에 오른 이후엔 내려오는 길만 남아있다고.



오늘도 하루를 정리하면서 최고의 경지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 스스로의 노고를 치하(?)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김연아처럼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최고가 되기 위한 나의 여정은 계속 될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 내 안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쏟아부을 마음의 준비도 다 마친 상태다.

그것이 지칠 줄 모르는 자유인의 기상으로 늘 스스로를 충전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게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을 담고 오늘도 나는 뚜벅뚜벅 내 길을 가고 있다.
(2010.2.25)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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