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3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의형제, 기염을 토하다

의형제, 기염을 토하다




이번 설 명절은 영화 마니아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야말로 ‘영화 쓰나미’에 풍덩 빠져 지낸 며칠이었다. TV특선영화, 케이블 방송, 개봉관 등을 통해 몇 편이나 봤는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원 없이 많은 영화를 본 셈이다.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본 영화 중에서 백미를 꼽는다면 단연코 ‘의형제’를 들겠다.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다.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춘 뛰어난 기량의 영화라는 판단이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라는 건 지난 4일 개봉된 이후 연일 흥행몰이에 성공적인 기록을 갱신하는 것으로 이미 입증된 바다.

실제로 개봉 3주차 접어든 의형제가 각종 외화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강세를 꺾고 한국영화 예매율 1위를 기록한 이후 3주 연속으로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리고 있어 장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남북분단 하의 경직된 이데올로기의 대척 상황을 소재로 삼아 ‘화해’를 따뜻한 감성 코드로 풀어나가며 평범한 이웃과의 공감대 형성에 성공한 이 영화는 곳곳에 배치된 코믹한 감각까지 더해져 웃음과 감동을 주는 데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이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요인은 많겠지만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감동 코드 설정과 영화보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센스있는 연출, 신들린 듯 맞춤 연기로 관객의 혼을 빼 놓은 배우들의 활약 등을 흥행에 기여한 공신으로 지목하는데 이견이 없는 듯 하다.

사상이나 신념의 화해를 우리처럼 극명하게 소재로 삼을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나라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좋은 테마를 제공받은 셈이 됐다. 특히 이데올로기와의 화해를 지역이나 계층 간 화해에 앞서 풀어야 할 의미있는 주제로 접근, 70년대식 이분법적 시각이 아닌 인간애라는 기본 속성에 묶어 성공적으로 처리한 점도 높이 살만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 송광호씨의 명품 연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평범한 옆집 아저씨 같은 그는 다른 출연작에서도 그랬지만 극중 역할(전직 국정원 직원)에 녹아있는 듯한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배우 송광호가 아닌 천상 평생을 퇴직한 국정원 직원으로 살아온 냄새를 온 몸으로 폴폴 풍기는 그의 연기에 연신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남파 공작원 역할을 맡은 강동원의 연기도 못지 않았다. 테러리스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릴 만한 순수한 인간미를, 섬세하게 잘 녹여낸 그의 연기 덕분에 (빈도높은 액션 신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남북간 이데올로기가 대치하는 설정의 영화를 긴장없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국정원 직원과 남파공작원이 형제의 정을 나눌 수 있다는 설정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어쩌면 우리가 남북통일을 하는데 있어서 플라토닉한 인간미가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혼자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의형제’의 감동을 이 블로그에 까지 끌고 온 건 영화가 수작이라는 점을 말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문화 예술이야말로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주가를 올려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품목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바야흐로 국제 경쟁 시대에 돌입한 국면이다. 이제는 세계 시장을 무대로 경쟁력 있는 품목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 치열한 생존경쟁 구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21세기가 문화 예술의 시대로 평가되고 있는 근래의 분위기가 우리에겐 호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문화예술 분야에 남다른 소양을 보이고 있는 국민적 자원이 확보돼 있는 만큼 우리가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공을 들인다면 투자 대비 최고의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동남아를 비롯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한류 열풍의 시장성은 기왕에 확인된 바다. 이제 그 무대를 세계로 확대하고 시장 경쟁력 제고를 위한 콘텐츠 개발 등에 역량과 관심을 집중시킨다면 대한민국을 세계로 알릴 수 있는 또 다른 파워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단 우리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 않는 여건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이에 대한 별도의 대비책이 있어야겠다. 예를 들어 우리 영화에 영어 자막을 넣을 경우, 작품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전문적인 영화 번역 분야를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 경쟁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지원이지만 열린 사고로 보편화를 추구할 수 있는 문화적 유연성 정착과 학교 교육의 획기적 개혁도 선결돼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다. 감성 중심의 교육을 통해 개인적인 창의성을 중시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문화예술을 높이 사는 사회적 안목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무관하지 않다.


조만간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이 찬란한 전성기로 세계 시장을 호령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동남아의 한류가 세계를 휩쓰는 한류가 되어 지구촌 문화예술계를 평정하게 될 그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 글을 쓴다. (그동안의 한국 영화계 선전이 내게 심어준 자긍심의 영향이 크다)



영화사로부터 땡전 한 푼 받은 건 없지만 영화 고르기가 어려운 분에게 다시 한번 ‘의형제’를 추천하는 바이다.

믿으시라. 본전 생각나는 불상사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2010.2. 19)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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