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6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사형제도 유감

사형제도 유감



사형제도는 기원전 18세기 당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보복을 형벌 규정으로 제시했던 함무라비 법전 이후 인간의 범죄를 처벌하는 가장 강도 높은 제도적 수단으로 존치해 왔다. 우리나라도 사형폐지를 주장하는 각계각층의 오랜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형제도를 없애지 못한 나라 중 하나다. 다만 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집행을 마지막으로 집행이 정지된 상태고 이로 인해 국제 엠네스티에서는 대한민국을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로 인정해 왔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헌재가 ‘범죄예방 효과’를 이유로 들어 합헌과 위헌을 5:4로 한 비율로 합헌 결정을 내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일단은 사형제가 존속하게 됐지만 7명의 재판관이 합헌, 2명만 위헌을 결정했던 14년 전 상황보다는 진일보 됐다는 평가다.

헌법 조문 해석과 범죄 예방 효과, 오판 가능성을 두고 재판관들 사이에서 엇갈린 견해가 팽팽하게 맞선 상황도 긍정적 사인으로 읽히는 것 같다. 실제로 합헌 의견을 낸 2명의 재판관은 사형 적용 대상 범죄를 크게 축소해야 한다는 보충 의견을 냈고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입법을 통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사형제도 폐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이고 또 점차적으로 사형을 폐지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인 입장으로도 사형제도 폐지를 동조한다.

물론 끔찍한 반사회적 범죄 행각에 맞닥뜨리게 될 때마다 사형제도 존치의 당위성 쪽으로 기울어질 때가 많다.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르고도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는 범죄자들을 볼 때마다 더불어 같이 살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실질적인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헌재 결정은 삼류국가 국민으로 낙인찍힌 것 같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심지어 ‘명예살인’이 행해지고 있는 일부 아프리카와 중동국가로부터 느끼게 되는 후진성이나 야만성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까지 있었음을 고백한다.

특히 헌재가 이번 판결에서 사형제도의 존치 근거로 든 ‘범죄예방 효과’는 현실적으로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지는 명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따지자면 지금까지의 사형제도 존치 효과만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살인 등의 반인륜적 범죄는 진즉에 사라졌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갈수록 범죄는 흉악해지고 범죄는 늘어나고 있는 마당이다.

굳이 범죄억제 측면이 아니더라도 사형 오판 가능 확률(현 법관의 70%가 고민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이 0가 아닌 이상 사형제도가 제도살인을 방조하는 또 다른 ‘살인 창구’일 개연성이 충분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유행어를 떠올리지 않아도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조건에 따라 피의자의 권리가 좌우되는 현실적 한계 역시 사형 존치의 명분을 흐리게 하는 결정적 요인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구색은 바로 국격이다.

국격은 말로 되는 게 아니다. 물량공세로만으로도 될 수 없다는 건 다른 사례를 통해서 이미 입증된 바다. 이 보다 실질적인 국격을 세우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제도 정착이 훨씬 효율적이다. 국민 상이의 깊이 있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 교감을 전제로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높아진 인권의식을 반영할 수 있는 대체형벌을 모색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노력을 담은 대체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사형제 폐지를 대체하는 형벌제도로 거론되는 유형은 절대적 종신형과 상대적 종신형, 유기징역형 상한 폐지, 부정기형, 사형집행유예제도 또는 사형집행연기제도다.

그 중 가장 유력시 되는 형벌은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이다. 이는 수형자가 자연사할 때까지 구금하는 형벌로 사면, 감형이나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되는 제도로 이번 헌재 판결 과정에서도 3명의 위헌 판단 재판관들이 동조한 바 있다.



사형제도 폐지를 주문한다.

진정한 대한민국 국격의 승화를 이끄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2010.2.27)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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