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3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권불십년

권불십년






사석에서 만난 권투선수 김태호씨가 세계 챔피언이 되니 갑자기 ‘주먹’이 무서워지더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주먹에 관한 한 일인자임을 인정받은 그가 왜 전에 없이 주먹이 무서워졌다고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때 각 정권의 핵심부에서 권력을 쥐락펴락했던 인사들도 김 선수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권력의 실체를 경험하기 이전에는 세상에 두려운 것이 없더니 막상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니 동네 파출소 순경의 힘조차 예사롭게 보이지 않더라는 고백이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다가 호랑이의 ‘영향력’을 알게 되면 더 이상 천방지축일 수 없게 됐다는 의미로 이해됐다.



권력에 가장 담대하게 맞설 수 있을 것 같은 권력가들이 막상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의 현실에서는 많이 다르다. 대부분 지나치게 수세적이다.

실제로 정권을 창출해서 권세를 누리던 세력들이 다시금 정권의 정상에 진입하는 사례를 보지 못한 것 같다. 권력을 잡기 전까지는 자신들이 세워놓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헌신했던 사람들이 일단 권력의 꿀맛을 향유한 다음에는 ‘배부른 돼지’가 되어 버리는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내겠다는 불굴의 투지는 실종되고 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용기나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권력 뿐 아니라 세계 챔피언이었다가 한번 타이틀을 뺏기면 왕좌 탈환에 성공하는 경우가 드문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닌가 싶다.



현재진행형의 권력의 눈이 흐려지는 건 몇 가지 원천적인 문제점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막상 권부에 진입하게 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권력의 속성에 매몰돼 버리고 만다. 권력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절제하지 못하고 방만해지면서 낭패를 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권좌에서 내려올 일 밖에 남아있지 않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무한권력에 집착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게임의 룰을 망각하면서 약보다 독을 양산하는 쪽으로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또 다시 권력에 가까이 갈 기회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무한권력 창출의 의지를 불태우는 지나친 자신감도 문제다.

임기 이후까지 자신의 영향력을 존속시키기 위한 전임자들의 노심초사가 무위로 돌아간 선례만으로도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를 깨달을 수 있을 텐데 '안보이고 안들리는' 것 같다.



대한민국에 세종시 이슈 밖에 없는 것 처럼 온통 난리다. 경기불황의 늪 속에 빠져있는 국가적 현실을 감안할 때 최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 시급한 현안들이 모두 뒷전에 밀려있는 형국이어서 안타깝다.

이제는 어떤 형태로든 세종시 논쟁을 매듭지어야 할 때다.

지난 번 소고기 파동 때처럼 자칫 국민의 분노가 쓰나미처럼 정치권을 삼켜버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말없는 다수의 민심을 두려워하는 권력이어야 한다.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까지 없다고 착각하면 안된다. 정치권의 오만이 국민을 각성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권력의 오남용이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책임을 통감하며 선거에서 좀 더 신중한 선택을 해야겠다는 다짐들을 와신상담의 그것처럼 꼭꼭 다지게 할 수도 있다.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국민에게) 버림 받은 뒤에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하자.

권불십년의 지혜를 새겨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2010.2.20)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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