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3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골든 선데이 단상

골든 선데이 단상


앞산의 잔설에도 불구하고 봄기운이 완연해진 이번 휴일은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 준 ‘골든 선데이’였다, 이정수 선수의 금메달을 비롯, 우리 선수들의 무더기 메달 획득 소식이 벤쿠버 동계올림픽 경기장으로부터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 경기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그들의 쾌거에 움추러든어깨가 펴지는 기분이다. 특히 이정수 선수는 값진 금메달을 2개나 받고도 3번째 금 사냥을 앞두고 있다니 그에게 더 큰 영광이 있기를 기원한다.



동계올림픽 뿐 아니라 여타 스포츠 대회가 열릴 때마다 우리는 이런 저런 사전 정보에 근거를 두고 경기결과를 예상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보다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이 같은 경기의 속성이 관중석의 재미를 배가시켜주기도 한다.

세상일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세월이 갈수록 그것이 실력의 작용이 됐건 운의 작용이 됐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으로 담담히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운의 작용도 기본 이상의 기량이나 자질이 전제된 다음부터의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피겨 퀸 김연아의 벤쿠버 입성 소식에 경기장에 파견 나와 있던 전 세계 언론이 들썩거리는 것은 동계올림픽 경기에서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 때문이다. 모태범, 이상화, 이정수 선수들도 금메달 획득 때마다 이어지는 찬사의 물결과 취재진의 열띤 취재경쟁을 이미 경험을 그러나 지금부터 4년 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로 온 세상의 찬사를 받았던 선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솔직히 말해 당시 우리가 열광했던 스포츠 스타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는 내 경우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영원한 영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그 어떤 금자탑도 그저 어떤 한 분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지 그 우월성을 기화로 다른 이들의 삶을 지배하는 권한이 허용되는 자격증을 부여받는 건 아니다. 또 일정한 기간 동안 누릴 수 있는 지위일 뿐이지 한 번의 영광이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무한대의 ‘1등’을 보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칫 간과하기 쉬운 이 한계 때문에 인생이 때로는 비극으로 흐르게 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흔적도 없이 역사 저편으로 사라지고 마는, 그저 미미한 존재에 불과한 인간의 한계를 우리들의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한 경로를 거치게 되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에러 같은 것 말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열심과 정성을 다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막상 목표를 이뤘을 때 개인의 능력이 전부가 아니라 하늘의 도움이 컸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더 나아가서 이 성공은 수많은 성공 중 하나 일 뿐이라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성공이 본인의 인생 전체를 바쳐 어렵게 얻은 결과물이라고 해서 다른 모두에게도 똑같은 가치로 관심 갖기를 강요하는 건 오만이다. 그것은 자기 성공에 지나치게 함몰된 나머지 어리석음으로 성공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다. 사실 작은 성공에 목불인견의 안하무인이 되는 반면 오히려 큰 성공일수록 세상을 향해 더 겸허한 모습으로 소인과 대인의 면모를 드러내는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권력의 독성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어리석음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지켜보기 괴로운 현실이다.

역사의 부침 속에서 소멸되어간 수많은 권력 무상을 모르지 않을텐데 인간의 우매함은 왜 이리 끝이 없는지 모르겠다. 결국 한줌재로 사라져 갈 허망한 결론을 알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굳이 외면하고 있는 건지...

저자거리에 나서니 세간의 웅성거림이 한층 더 고조된 톤으로 들려온다. 이제 막 끓기 시작하는 가마솥 팥죽처럼 부글거리는 모습도 심상치 않다.

어쩌려는지 정말 근심이다.

일단 끓어오르기 시작한 팥죽은 식히기가 쉽지 않을 텐데. (2010.2.21)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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