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3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공존의 지혜를

공존의 지혜를


안톤 오노는 우리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미국의 스케이트 선수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에서의 유명세가 그를 그다지 명예롭게 해 주는 상황은 아니다.

환대받는 다른 외국의 스포츠 스타와 달리 그의 이름만 나오면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이 고개를 돌리거나 질색하는 정도의 비호감 경지보다 더 심하게 혐오하는 대상이다.

오노가 우리에게 알려진 건 지난 2002년 올림픽 당시부터다. 쇼트트랙 파이널 코스에서 김동성 선수와 금메달을 놓고 겨루고 있던 그가 결정적인 순간, 노골적인 반칙으로 김 선수를 밀치고도 헐리웃 액션으로 심판 판정을 유도해 내는 모습이 경기를 지켜보는 국내 팬들의 공분을 사면서부터 국민 밉상 대표 서열에 등극하게 됐다.

이번 밴쿠버에서도 그는 우리 선수들에 대해 막말 참견으로 우리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미운 짓’은 여전히 구가하고 있다. 그의 ‘입놀림’은 상당한 수준의 내공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오노가 결코 고와보이지 않는 우리 시각에서의 일방적 판단일 수도 있다)

심리전도 동계스포츠 경기의 일환으로 치는 분위기라면 대단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선수임에 틀림없다.


그런 오노가 질렛 면도기로 유명한 미국의 대기업 프록터&갬블의 광고모델이 될 전망이라니 놀랍다. 우리에게는 혐오 대상인 그가 본국인 미국에서는 쇼트트랙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며 타이거 우즈를 비롯, 양키스의 데릭 지터,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의 트리오 등이 거쳐간 광고 켐페인 차기 모델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해당업체 CEO가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고 하니 낭설은 아닌 듯하다. 미국의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다 메달리스트(금 2, 은 2, 동 3)로서 미국의 떠오르는 스포츠 아이콘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해 주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노에 대한 한국과 미국에서의 극단적인 평가의 원인을 따지자면 결국은 관점의 차이다. 동일 인물이 정 반대의 평가로 호감과 비호감을 넘나드는 현상은 그다지 새삼스러울 건 없다.

우리에겐 부정적 인물일 수 밖에 없지만 미국인의 시각에서 보자면 빙상경기가 동양선수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통설에도 불구하고- 또 우리 보기에 석연찮은 금메달이라고 해도- 불굴의 의지로 승리를 이끌어낸 대단한 스포츠 스타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에게는 천하의 침략자에 불과한 (그래서 그를 처단한 안중근 선생이 애국지사로 추앙되고 있는) 이등박문도 일본에서는 화폐에까지 등장하는 국부적 존재로 존경의 대상이 되는 현상과 마찬가지다. 그런식으로 따지자면 임진왜란 당시 우리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중원진출을 가로막은 장애물 정도로 평가되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세종시 문제로 의총을 열고 있는 한나라당 내 갑론을박이 온 나라를 흔들어대고 있다.

끝도 없는 그 심란함이 점입가경이다. 담장을 넘는 정제되지 발언들이 언제 ‘핵폭탄’이 되어 사고를 치게 될지 몰라 조마조마하다. 이렇게 밀어붙이며 쏟아낸 말들이 머지않아 스스로의 발등을 달구는 불이 되어 후회를 불러오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처음부터 정해놓은 자신의 결정에만 함몰된 대화가 문제라는 생각이다.

상대를 인정하고 시작했다면 지금과 같은 극단의 대립국면은 피할 수 있고 공존의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생산적인 토론의 장이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어차피 설득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명한 성패보다 중간지대의 공존이 훨씬 나은 전략이 아닐까 싶다. 돌출 발언으로는 해법을 구할 수 없다.
(2010. 2. 24)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