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4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신정아


신정아

그녀가 돌아왔다.
책 한권을 들고 보란 듯이 세상의 중심으로 나왔다.
이번에도 저자거리에서 화제가 되고 있으니 화려한(?) 복귀라고 할 수 있다.
고해성사인지 복수혈전인지 저술 의도가 애매한 그녀의 자서전이 출간 하루 만에 2만부가 동이 날 만큼 대박을 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앞으로 20만부 판매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한다.
그녀가 책에서 총리, 기자가 전직인 남자들이 자신에게 가한 부적절한 행위를 적나라하게 까발린 덕분이다. 그녀의 책장사에 잘 나가던 남자 몇 명이 재물로 받쳐진 셈이다.

세상이 온통 그녀 얘기로 가득하다.
노이즈 마케팅이 됐든 뭐가 됐든 노련함으로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일단은 성공한 것 같다.
누구든 글을 쓸 자격이 있고 자유롭게 말 할 수 있다.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지켜내야 할 소중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자유가 남의 자유나 행복을 추구의 권리까지 침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역시 어떤 경우에서도 배제될 수 없는 중요한 사회적 가늠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일까?
아무리 해도 그녀의 행위가 선의로 해석되지 않는다.
‘누구든 죄 없는 자가 돌로 쳐 보라’고 하셨던 예수의 가르침을 떠올려도 같은 기분이다.
솔직히 ‘신정아 신드롬’에 매몰돼 있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 불쾌하다.
신데렐라의 신기루를 갈구하는 그녀의 욕망에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완강함이 내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피해자를 자처하지만 그녀는 이미 반사회적 범법행위로 법원 판결을 받은 당사자다.
그런데도 피해자인양 일방적 한풀이에 신명을 내며 억대의 수익까지 올리고 있는 그녀다.
자신의 과거로 인해 상처 받았을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그 이기심이 역겹다.
그래서 그녀의 의도에 말려 또 다른 피해자 양산을 거들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기자회견장에 들고 나온 명품 백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단다.
어느 땐가는 신창원이 입었던 티셔츠도 한 시기를 풍미한 적이 있다.
그녀의 책이 대박을 치고 있는 현상과 다르지 않다.
그녀를 걸어 다니는 광고판으로 만들다니 대중의 심리는 참으로 묘하다.
관대한 건지 우매한 건지.
여기에는 언론도 자유롭지 않다.
지극히 사적이고 자극적인 낮은 가치의 뉴스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기까지 부화뇌동한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벌떼처럼 달라붙어 후래쉬를 터뜨리며 뉴스가치가 그다지 높을 것 같지 않는 그녀의 사소한 신변까지도 미주알 고주알 안방으로 퍼 나르며 부각시킨 주역이 언론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녀에게 사감은 없다. 그렇더라도 그녀에게 더 이상의 대중적 호기심은 독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식의 성공사례는 당사자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옥석을 가리지 말자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무엇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폭로 한 방이면 인생 성공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그릇된 인식이 만연될까 못내 두렵다.
천박하고 선정적인 책 쓰기가 인생역전의 도구가 되는 걸 허용한다면 그것이 스스로에게 가하는 폭력으로 되돌려지게 돼 있다. 냉엄한 사회적 가치 판단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사회적 수준을 보여줄 때가 아닌가 싶다.

PS:지나친 상상일지 모르나 첫날 매진이 출판사나 신정아 쪽의 마케팅 전략이 투입된 결과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뒤숭숭하다.

(2011. 3. 2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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