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4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춘래 불사춘

춘래 불사춘

봄이 왔다.
山은 물 올리느라 수런거리는 나무들의 기척으로, 江은 따뜻한 햇살에 젖어 반짝이는 짤랑거림으로 봄을 노래하고 있다.
완연한 봄이다.
혹독했던 겨울 추위가 언제 적 기억인지 싶게 가물가물 하다.
회한과 불안에 서성거리던 그 숱한 불면의 밤들을 일방에 날려버리는 봄의 위력을 본다.
그러면서 시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로 현실의 무게를 덜어낼 줄 알았던 선인들의 지혜에 무릎을 치게 된다.

이렇게 봄이 오게 돼 있는 것을.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그동안 거의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이는 인간사를 통해서도 흔히 하게 되는 경험이다.
사단이 난 다음에서야 뒤늦게 허겁지겁 아둔한 자신의 실책을 후회하는 패착의 역사가 어제 오늘 만의 일이 아니다.
정의와 진리가 반드시 이기게 돼 있고 민심을 거스르는 정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순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보아 온 우리의 오랜 불문율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춘래 불사춘, 여전히 동토의 왕국이니 큰일이다.
물가대란, 전세대란 때문에 뒤숭숭한 민심이 가뜩이나 그늘진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삶에 지친 이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건만 정부 부처에서는 별다른 대처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형국이다. 과도한 고환율,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만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경제지표 하나에 정권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는 것처럼 말이다.
환율 덕분에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엄청나게 벌어들이고 있다지만 따지고 보면 좋아할 일이 아니다. 주식의 50%를 해외 주주가 점유하고 있는 대기업 실상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우리의 국부 유출일 뿐이다. 과도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중소기업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이 되고 있다.
엇박자 행정의 폐해를 아무리 외쳐도 귀 기울이려는 의지조차 없으니 큰일이다.
아무런 제약도 없이 활개를 치도록 방기하고 있다.

가난하고 힘없어 버려진 이웃들의 볼멘소리가 내 마음에 깊은 우물을 파 놓았다.
점점 더 극명해지는 사회적 양극화와 갈수록 그 깊이를 더하고 있는 소외계층의 결핍감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급기야 더 이상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분위기인데 당국의 대응은 지나치게 안일하기만 하다. 겨울이 봄 햇살을 이기지 못하고 밀려나듯 더 이상 지탱될 수 없는 불균형들이 나라 전체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소용돌이가 될 것 같아 초조하기까지 하다.
이런 걱정들이 어설픈 예측으로 끝나게 되길 바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문제이니만큼 기우로 그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설사 적합한 해결책이 있다고 해도 자기 아집에 갇혀 자꾸 실기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민심이 이 정부를 떠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차기 리더들의 화끈하고 간결한 해법을 기대하면서 그 기대감으로 상실감을 달래고 있는 것 같다.
복지가 차기 대선의 화두가 된 만큼 민심이 차기 리더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민감한 주문은 아무래도 지역과 계층 간 격차해소를 위한 해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달리고 싶은데 달리지 못하고 있다.
화두가 분명하고 그 화두의 해결 없이는 대한민국의 21세기는 없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고 있으면서도 미적거리고 있는 개인적 상황이 불만스럽다. 유래 없는 한파를 뛰어 넘어 우리 곁을 찾아온 봄의 실체를 보면서도 나는 지금 스스로에게 누를 끼치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 소신과 신념을 방치하고 있는 스스로의 미욱함을 변명할 여지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미진한 여진을 탓할 수 있으려나.

(2011.3.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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