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0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장&하이 스캔들

장&하이 스캔들

두 개의 성 스캔들이 연일 대한민국을 달구고 있다.
‘상하이 스캔들’이니 ‘장자연 리스트’니 하는 막장 드라마가 그것이다.
‘장자연 리스트’는 남자들의 그릇된 성문화에 인권을 유린당하던 여배우가 죽음으로 자신의 처지를 알린 피맺힌 기록이라면 ‘상하이 스캔들’은 그 자신의 성을 무기 삼아 대한민국 엘리트 남자 여럿을 손아귀에 넣고 흔드는 파렴치한 행각을 들킨 이국 여성의 기록이다.
상대 남자들의 경우, 대한민국 상위 1%니 엘리트니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자신을 치장할 정도의 사람들이었지만 모두가 성적 본능 앞에서 수성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사실이 백방에 알려지면서 이제 명함도 못 내밀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스캔들 정국을 보면서 오래 전 들었던 한 선배 국회의원의 조언을 생각했다.
탁월한 선견지명에 경의를 표하는 마음까지 함께 담아서.
초선 국회의원 시절, 선배 의원들로부터 조언을 듣는 기회가 많았는데 국회 부의장을 연임하셨던 C 전의원이 해주신 말씀이다. 이른 바 ‘국회의원이 되면 3가지 ’끝‘을 조심해야 한다’는 요지의 조언이었는데 말(혀끝), 뇌물(손끝), 그리고 여자(신체의 주요부분 끝)을 경계해서 낭패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말씀이셨다.(그러면서도 세상의 절반인 여성과의 동반은 불가피한 일이고 어느 경우에는 여성의 긍정적인 특성을 감안하면 관계설정 방식에 따라 여성이 더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는 귀띔도 덧붙이셨다)
그 때는 웃고 넘겼지만 선배님이 당시 우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조언을 해주셨는지 알겠다. 실제로 지금 눈앞에서 그 ‘세 끝’ 중 하나를 잘못 관리하는 바람에 패가망신 위기에 전전긍긍하거나 이미 패가망신이 진행 중인 소위 잘난 남자’들의 모습을 목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성 스캔들은 인류사회와 그 궤를 같이 해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밀접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3천년 전, 에게해를 배경으로 10년동안 치러졌던 트로이 전쟁은 트로이 왕자 파리스와 스파르타 왕비 헬레나가 벌인 불륜의 도피 행각이 발단이 됐다. 사랑 때문에 자명고를 찢어 조국을 배반하고 적진의 연인을 도운 낙랑공주의 슬픔도 일종의 성스캔들로 인해 빚어진 비극이다. 클레오파트라나 측천무후처럼 여성이 性으로 남권 사회를 지배했던 사례가 적지 않게 동서고금을 넘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인간의 본능 앞에서 성 모럴이 무기력한 존재감을 내보이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시대에 따라 그 가치관을 달리해 왔던 배경도 성모럴 해이를 부축인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사랑이라는 이름이 붙고 보면 무조건 매도할 수만도 없다는 망설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도처가 치열한 포르노의 경쟁처처럼 되어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심히 우려스럽다.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성 범죄 현황도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정제되지 않은 성관련 문화의 남발이 성적문란을 부축이는 주범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강한 자극에 단련되다보니 점점 더 큰 강도의 자극이 필요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현상과 다르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장자연 리스트를 통해 드러나는 갖가지 엽기적인 성적문란 작태도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야기된 필연적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개인의 성적 자유를 억압하자는 고루한 주장을 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개인의 성적 자유가 사회적 가치를 흔드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생각만큼은 분명히 갖고 있다.
빠르게 급변하는 사회적 여건에 무조건 순응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금도만큼은 불문율로 지켜야한다.
그것이 인간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절박감을 놓지 말자.
차별화된 인간의 영역을 함부로 훼손하게 되는 결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대처했으면 한다.

구체적인 정황이야 결말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 나오는 내용만 가지고도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는 지경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한편으로는 리얼하게 드러나는 남자들의 뻔뻔하고 어이없는 ‘짓’에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 개탄스런 현실 앞에서 분노가 치민다.
그렇다고 연일 방송과 신문 지면을 도배하며 중계되고 있는 두 사건의 전말을 나까지 나서서 전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부도덕성의 임계점을 넘은 우리 사회의 性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마음이다.
우선은 두 스캔들에 대한 관계 당국의 철저한 수사의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관계 당국은 관련 인사들을 어떤 형태로라도 비호할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을 것이다. 장자연 편지에서 필체가 틀리느니 어쩌느니 하는 경찰 측 발표나 상하이 스캔들 연루자가 이러저러한 핑계를 끌어대는 모습에 행여 다른 의도가 포함돼 있지 않기 바란다. 온 국민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수사 결과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번 스캔들로 상처입은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을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

(2011.3.1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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