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3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착각이 비극을 부를 수도


착각이 비극을 부를 수도

세상이 좁아졌다.
전 세계 각국의 사건 사고 소식이 실시간으로 안방에 전달되고 있다.
그만큼 신경 쓰이는 일이나 걱정거리가 느는 부작용도 있다. 지구촌 가족이라는 말이 정말로 실감나는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지진과 쓰나미가 던져준 충격으로 황망해 하던 판이다.
그런데 조만간 시민군에게 항복하고 무바라크의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했던 카다피가 되살아나 활개를 치고 있는 전황은 반갑지 않다.
카다피 정부군이 민간인 주거지역과 이슬람 사원, 병원까지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등 일방적인 살육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덕분에 수세에 몰려있던 카다피의 친위부대가 반격에 성공해 주요 도시를 점거하고 기세등등해 있는 모습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그동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멋대로 굴던 카다피를 떠올리면 그의 건재 자체가 공포라고 할 수 있다. 국제 사회의 기본 질서는 물론 자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도 개념을 갖추지 못하고 폭력 정치를 휘두르던 그였다.
42년을 누려온 독재의 단맛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집요한 권력욕은 생각만 해도 혐오스럽다. 국민의 존재를 권력 존속의 도구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 그의 통치관을 미뤄봤을 때 리비아 국민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불행한 상황인지 짐작이 간다.
국민을 무참하게 살육하고도 일말의 가책조차 없는 그를 보면 의식구조 자체가 온전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당연히 카다피의 어리석은 행태를 제어하는 국제사회의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더 이상의 패악을 부리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의 단호하고도 발 빠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이를 제어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이 세상에 여러 형태의 범죄가 있지만 이렇게 무고한 국민을 살상하는 분탕질은 죄질이 더 나쁘다.
국제사회의 결집된 힘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후안무치의 독재자는 마땅히 그 활동영역을 제한하는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겠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에선지 국제질서를 어지럽히는 망발들이 용납되거나 비호를 받는 눈치이고 보니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기분이다.

국제문제는 옳고 그름의 사안을 따져 판단하기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넘겨지는 경우가 허다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리비아 사태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카다피의 만행이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단결된 의견을 모으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경제적인 손익계산 측면에서 감수해야 할 것들을 보더라도 그렇게 손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어떤 불이익이 있더라도 그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이 문제 만큼은 국제사회의 역할이 있어야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리비아 국민을 위하고 이 지구상에 온전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카다피 같은 독재자의 출몰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라도 국제사회가 나서서 결연한 의지를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독재자로 지목되는 모든 지도자는 카다피 같은 독재의 오류를 범할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독재의 비극이 자기 자신의 치명적인 결함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심지어 독재행위를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을 실천하고 있다고 믿어버리는 독재자의 착각이 빚는 비극도 역사 속에서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어찌됐든 카다피의 행보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카다피를 퇴진시키지 못하면 무엇보다 비슷한 행태로 주목 받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엉뚱한 희망을 품게 될까봐 걱정이다. 카다피 체제를 리비아의 볼리바르식 혁명이라고 칭송하며 중재를 자처하는 베네수웰라의 차베스의 자화자찬에서도 언뜻 그런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독재자 카다피에 대한 국제사회의 퇴진 압박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실제로 유엔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가 카다피 제재 움직임에 나서고 있고 리비아의 시민혁명군을 리비아 국민의 유일한 대표로 인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거나 또 프랑스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 카다피 측 공군기가 뜨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지도자의 착각이 생각보다 더 큰 비극을 초래하는 빌미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개관적 평가기준이야말로 지도자가 갖춰야 할 귀한 덕목일 수도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필귀정의 진리가 이번 리비아 사태에서도 제대로 된 힘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1. 3. 13)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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