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8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성선설? 성악설?


성선설? 성악설?

“사람을 믿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황으로까지 몰고가면서 믿음을 요구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존경하는 선생님이셨으며 나의 맨토이셨던 고 이용남이사장님의 가르치심인데 솔직히 지금껏 그 뜻을 다 헤아리지 못한 채 가슴에 품고 있다. 그렇지만 한해 두해 세월의 무게를 더할수록 은사님께서 주시고자 했던 진의에 점점 근접해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더라도 ‘성선설, 성악설’에 관한 갈등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선과 악을 근거로 한 인간본성에 관한 철학적 고찰은 그래서 늘 의문부호가 따라붙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딱 떨어진 규정이 쉽지 않기에 시대를 막론하고 치열한 논쟁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맹자, 순자(루소, 홉스)를 동원해도 별 차이가 없다.
기독교 신앙인으로서는 당연히 성악설 편이어야 하지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하나님이 인간을 처음 만드셨을 당시엔 성선설이 맞지만 선악과로 죄를 지은 이후부터는 성악설을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블로그에서 천재지변의 공포 속에서 의연함을 잃지 않은 일본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얘기한 바 있다.
질서정연하게 정부의 재난대처 주문에 따르는 일본국민의 인상적인 모습을 전 세계가 격찬했는데 간 나오토 총리의 오판으로 상황이 악화되된 사실이 알려지자 그들 역시 달라지는 것 같다.
부실 대응과 정보 은폐로 국민을 방사성 오염 위험에 빠뜨렸다며 정부에 대한 비판과 성토가 이어지고 있고 간 나오토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까지 일어났다는 전언이다. (일부에선 사재기 현상도 있다고 한다)
日 국민의 변화는 무엇보다 정부의 신뢰상실이 주요인이라는 판단이다. 국민들이 더 이상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됐다는 생각에 이제부터는 스스로를 믿어야겠다고 생각한 결과라고 본다.
이 역시 한계점에 이르러 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울 때 드러나기 마련인 인간의 한 속성이라는 결론이다.
배고픔 때문에 절도범이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동되는 차원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의 생존이 위협받을 때 자기 생존을 위해 다른 동물에 해를 끼치는 행위에 도덕적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과 같은 입장이다.

어디까지 인간을 믿어야 하고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며 또 그로 인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악행의 형태에는 어떤 모습이 있을까....불행과 위기에 처한 일본인들의 심리변화를 지켜보면서 떠올린 생각이다.
명확하게 답을 내기 어려운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한 문제 역시 같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다.
어느 단계까지는 선이 지배하지만 일정 단계를 지나면 인간도 인간보다는 동물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테레사 수녀같은, 신성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극소수의 예외 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신과 짐승의 중간지대에 놓여 있다는 말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결국 일본국민의 처세에서 보듯 양질의 교육이 한 인간을 국가나 사회에서 바람직한 구성원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만 반면, 아무리 훌륭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양질의 인간이라고 해도 극한상황에 처하게 되면 인간의 체면이나 신의를 고수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고 또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성공적인 리더십은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할 안목을 갖춘 용병술로 좌우된다는 생각이다. 바꿔 말하면 신뢰할 수 있는 이들로 하여금 자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과 공간을 확보해 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재활용 과정에서 특별히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체면이나 양심을 기대하는 것은 극소수의 대상을 제외하고는 무리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리더의 과욕이 역효과를 초래하는 현실을 간 나오토 총리의 오류를 통해 목격하고 있다. 그의 무리한 욕심이 원전 방사능 수습 과정에서 일본 국민의 안위를 위기상황으로 내몬 결과가 됐다)

오늘의 고민은 이쯤에서 인간의 본질을 잘 이해할 수 있으면 선과 악의 경계에 지배받지 않고도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종결 짓도록 하겠다. 행복한 주말 되시길.

(2011. 3. 18)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