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9일 토요일

홍문종생각 - 세계화


세계화

-산에 쥐 한 마리를 풀어놓고 잡아오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미국은 생태학자, 과학자를 총동원해 쥐의 습성, 서식지, 먹이 등의 특성을 조사해서 24시간 만에 쥐를 잡아냈다. 중국은 짝퉁 전문가를 데려다 즉석에서 그 쥐와 똑같이 생긴 가짜 쥐를 만들어냈다. 구소련은 KGB를 시켜 곰에게 고문을 가한 끝에 “저, 쥐 맞아요”라는 곰의 자백을 받아내는 쾌거를 올렸다. 일본은 쥐를 잡긴 잡았는데 절대 자기가 쥐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도록 함구 시켰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했을까? 족집게 과외선생을 동원해서 쥐를 잡아냈다고 한다. -
똑같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대처하는 각국의 특성을 표현한 조크지만 실제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하기야 우리만 해도 남과 북이 다르고 전라도와 경상도가 다르고 한 솥밥을 먹는 식구들끼리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니 오죽할까 싶다.
미국 유학과 중국, 일본에서 객원교수로 지낸 경험을 통해 제각각인 3국의 국민성을 체감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의 시행착오로 터득하게 된 지혜는 외국인과의 교류에서 자의적인 판단에만 기대다가는 아무리 선의적인 의도라도 낭패를 보기 쉽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궁금증에 빠지게 되는 두 이국 친구와의 절연과정도 비슷한 경험이다.
미국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몇 년이 걸려서야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됐던 일본인 교수는 평소 일본의 식민지배를 비판하는 내 주장을 들어줬다. 그런데 어느 날 더 이상 인연을 이을 수 없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동경 대형 은행 부행장이셨던 그의 부친이 강력한 우익인사였다는데 혹시 서로 다른 ‘식민사관’의 가치관이 원인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중국 북경대 교수와의 마지막은 지금도 미스테리다.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평소 친하게 지냈는데 세미나를 함께 하고 난 이후로 그와의 관계가 끊어졌다. 뭔가 나한테 섭섭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무엇이 잘못됐는지 지금도 모르겠어서 답답하다. 당시 세미나 답례 차원으로 보낸 무선전화기와 자전거 선물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일까? (지금이라도 한번쯤 이유를 들어보고 싶은데 연락이 되질 않는다)
세계화 과정에서 각국의 특성에 대한 세밀한 조사를 대충하거나 알고 싶은 사항에만 관심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 꺼낸 얘기다. 자기가 믿는 것만 확신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가문이나 종교에 대한 지나친 확신이 남의 것을 무시하거나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면 때로 돌이킬 수 없는 과오의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경고 차원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바야흐로 가파르게 세계화를 향해 치닫고 있는 21세기다.
국가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한 경제력으로 국제질서의 룰이 결정되고 있다.
어차피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수출전략에 승부수를 걸어야 할 운명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국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준비하고 연구하고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는가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각국의 요즘 사태를 바라보며 해보는 생각들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는데 세계화에 대비한 우리의 노력들은 미약한 것 같아 솔직히 불안하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 대한 준비과정에서 특별한 계획을 담은 움직임을 별로 볼 수 없어 안타깝고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미국 현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이 ‘우수하고 똑똑한데 자기 일에만 열심이고 미국에 온 지 오래됐어도 미국을 알고자 하는 의욕은 물론 공동체 생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평가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걱정해야 할 문제 아닌가 싶다.

세계화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도처에 넘치고 있다.
그렇다고 세계화의 흐름이 거역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이상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대처해야 할 도전 역시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처방을 찾는다면 세계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늘리고,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다국적 다문화 사회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의식 고취를 위한 교육 강화라 하겠다.
국민통합을 원동력으로 삼아 국가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자.
그것이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돼야 할 국가발전 전략이 아닐까 싶다.

(2011 .3. 1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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