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6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희망설계


희망설계

중국 전국인민대표(우리의 국회 기능) 2900여 명 중 38명이 억만장자라는 뉴스가 인터넷에 떴다. 그러려니 할 수도 있는 일이 굳이 해외 뉴스로까지 부각된 배경엔 중국 사회의 부패한 현실을 질타하는 시각이 들어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중국 관가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꽌시’ 관행은 유명하다. 인맥으로 기존의 법질서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관행이 암묵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다섯 명만 거치면 최고위층을 접촉하는 일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부패에 찌든 특권층 부패와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으로 중국민들의 불만이 거의 폭발 직전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정이고 보니 중국 당국이 중동의 '시민혁명' 여파를 우려하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최근 원자바오 총리가 전인대회 업무보고를 통해 지도층의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표명하고 분배 정책으로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등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나선 것도 민심수습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

부정부패의 어두운 고리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총체적인 부정부패는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급기야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흔히들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줄타기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부정부패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권력의 속성을 드러낸 단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수없이 많은 정치인들이 담장 위에서 교도소로 추락해 영어의 몸이 되었고 지금도 적지 않은 수의 전직 정치인이 수감돼 있는 현실이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직에 있을 당시 일명 ‘함바집 대형 로비 사건’에 연루돼 파문을 일으킨 한 경찰 총수의 경우,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 수뇌부들이 줄줄이 굴비 엮이듯 얼굴을 드러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아무래도 사법부 부패가 아닐까 싶다.
최근 기업회생의 고삐를 쥔 광주지법의 부장판사가 친형을 소속 관리 감사로 선임, 직권을 남용한 혐의가 알려졌는데 ‘스폰서 검사’ 사건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지만 사회적 파장은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사법부의 비리는 여타 비리와는 다른 상징적 측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많이 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정치권과 경제계에 요구하는 도덕적 잣대는 낮은 기준치인데 반해 사법부에는 확실히 현격히 다른 국민적 요구가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그것은 사법부가 이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의 하나라는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파문의 당사자인 광주지법 부장판사의 한심한 작태는 여러 면에서 문제를 이어갈까 걱정스럽다. 지금까지 재판정에 섰던 수많은 사람들이 법원과 판사들의 부당성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난한다 해도 스스로를 해명할 방법이 없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언제부터 누구의 잘못으로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 불감증이 사회악의 근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나 연일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해서 반복하는 행태는 심각하다 할 것이다.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에 가장 유해한 것은 천민정신이라고 했는데 그의 혜안에 공감한다.
부정부패, 부와 권력의 편중, 그리고 기득권의 천박한 탐욕이 지배하는 국가가 희망의 여지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는 시민 혁명의 시발지인 튀니지를 시작으로 알제리, 이집트 등 국민 저항에 두손을 들고 쫓겨나는 국가수반의 부패 정도가 베일을 벗길수록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현실을 통해서도 확인되는 바다. 부패한 권력을 향유하다 망명지인 낯선 이국 땅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은 필리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낙후된 필리핀 경제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현상과 같다.
중국 국민당 장제스 군대가 공산군에게 무참하게 패배한 것도, 세계 4위인 막강한 전력의 50만 월남군이 18만 월맹군에 일패도지한 것도 모두 지도층의 부정부패가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사회적 책무를 느끼는 나로서는 여러 가지가 고민스럽다.
한기총이나 조계종 내분으로 불거진 종교계의 권력 다툼이나 스스로를 면제해주는 ‘로비법안’을 통과시켜버린 몰염치한 국회의원들의 행각 등 어느 곳도 제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그렇더라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부정부패의 고리를 결연히 끊어 버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시 시작해보는 거다.
우선은 지금까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돌아보고 문제가 있다면 혁명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새 출발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하자.
각자의 분야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미래를 향해 시작해 보는 거다.
그렇게 처음부터 차근차근 백지 위에 대한민국의 희망을 설계해 보자.
마음을 모아보자.

(2011. 3. 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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