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국무총리 청문회

국무총리 청문회



예상했던 대로 국무총리 인사 청문회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유례없이 ‘허술하고 김빠진’ 청문회라는 낙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 인준안도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최초의 전남출신 총리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총리 선출을 바라보는 민심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신임 총리의 ‘운 좋은 타이밍’이 거론되기도 한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개인적 문제점이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은 상황도 ‘구설’을 키우는 한 요인이 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황식 신임 총리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드린다.

다만 신임총리가 순조롭게 진행된 총리 인선과정이 스스로의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할까봐 우려된다.

총리 자신의 자질보다는 여러 정황과 주변 여건이 앞서의 김태호 후보자 보다 유리하게 작용된 국면이 많았음을 인정하고 겸허한 자세를 잃지 말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특히 청문회 당시 ‘대통령의 단점’을 묻는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지나친 대통령의 자신감이 장점이자 문제점이라고 했던 총리 답변은 불편했다. 총리의 평소 가치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선 교육현장에 있는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나이가 들어가고 직책이 올라갈수록 업무에 대해 점점 더 겁이 많아지고 결정에 앞서 심사숙고하게 되는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하물며 국정 운영과정에서야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그런 측면에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의 지나친 자신감을 장점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총리의 가치관이 내게 놀라움을 주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다.



물론 ‘자신감’의 순기능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걸 안다.

그러나 자신감의 주체에 따른 구분은 반드시 있어야한다는 생각이다.

실직자나 재수생, 노인 등 사회적 약자 계층의 자신감은 당사자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약’이니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자신만만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춘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다.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그 영향력 때문에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신중에 신중을 더한 판단력이 덕목으로 요구될 수 밖에 없다.


최근의 ‘양배추 김치’ 구설 건만 해도 대통령의 방심이 얼마나 크나큰 후폭풍을 야기하는지 직접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김치가 金치가 됐다니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식탁에 올리라고 한 대통령 발언의 본질은 '충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대통령은 민심의 공격을 자초하고 말았다.

상황에 대해 조금만 더 심사숙고했다면, 배추 값이나 양배추 값이나 똑같이 채소 파동을 겪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국민왕따가 되는 수모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직관이나 판단을 과신한 대통령의 지나친 자신감이 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놓친 것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나라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게 되는 위력을 가지고 있으니 참으로 어렵고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위정자의 가치관은 그 파장이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아무리 많은 주의를 기울여도 부족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김황식 총리 후보자의 각성이 요구된다는 생각이다.

청문회 통과가 총리자질 인정이나 총리 자격을 대신하는 것이 아닌 만큼 자신의 가치관을 점검하고 또 점검해서 공의에 맞는 총리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단도리하는 노력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얘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총리로서 권한과 책임을 충실히 다하는 실속있는 총리가 되고 싶습니다"

청문회 통과 직후 그가 언론 보도를 통해 남긴 대국민 약속들을 들여다보니 나의 이런 걱정들은 한낱 기우에 그치게 될 것 같다.

반드시 그리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0.10 .1)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