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5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그들

그들


대한민국 정치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JP는 정치를 虛業이라고 했다.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현실 정치에서 비켜선 노정객의 총평이니만큼 무게가 실리는 듯하다. 유난히 부침이 심한 정치판에서 그동안 명멸해 간 숱한 인재들을 돌이켜 보더라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혹자는 또 정치를 마약 같다고도 했다.

공감하는 정치권 인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쉽사리 연을 끊지 못하고 평생을 정치에 저당돼 살아가는 경우는 흔하다.

정치의 독한 중독성을 보여주는 일단이라 할 것이다.



아침 신문의 전면을 장식하고 있던 민주당 전당대회 소식이 정치기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대표로 선택하고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났다.

이번 민주당의 선택은 과도기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이번 민주당 전대에서 누구도 완벽하게 승리하거나 패배하지 않았다. 또한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에서 차선이 최선이 될 가능성과 나중에 최선의 재목이 될 잠룡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생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을 새롭게 이끌 새 지도부의 면면이 소개돼 있었는데 그 중 특별히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이 네 정치인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



민주당의 새로운 수장이 된 손학규 대표, 축하하고 그의 정치적 미래가 순탄하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민주당의 손학규 선택은 탁월했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을 잘 알고 한나라당을 이해하는 사람이 민주당식 사고를 잘 접목한다면(사과나무에 감나무를 접목하듯) 보다 비전있는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

한나라당에 같이 있을 때부터 뭔가 한나라당에 어울리지 않아 이단아 같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가 했던 말이나 행동들은 한나라당 보다는 민주당과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그의 출신성분을 문제 삼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당적 이동이 그의 정치적 진로에 아무런 걸림돌도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누가 봐도 뻔한 정략적인 정치 공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몇 번이나 당적을 바꿨는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당적이동 이력을 내세워 그의 정치일정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정동영 전장관의 정치적 강점은 친화력이다. 첫 만남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정 전장관 만의 특화된 정치적 우월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도 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는 TV 앵커 출신의 이점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미남이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는 확실히 많은 이들에게 한꺼번에 어필될 수 있는, 정치인으로서는 천혜의 호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역 의원 시절, 의원 연찬회 장소에서 그의 낙서를 우연히 접할 수 있었는데 나름대로 간략하게 분석한 메모 내용(약간 시니컬한 코멘트 위주로 적힌)을 보고 단순히 의원직으로 만족하지 않을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의 저력은 기존 질서에 약간 시니컬하면서도 감각적인데 있지 않나 싶다. 예리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한 그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면 정치적 활로를 찾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세균 전대표는 나와 대학 동문이다. 학교 다닐 때 학생회 간부로 함께 한 인연도 있다.

그가 생각보다는 과도기 민주당을 잘 이끌었다는 생각이다. 그 나름대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 낸 대표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에게 시련과 역경을 통해 좀 더 강한 정치적 기질이 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앞으로의 정치 행로에 이 부분을 채울 수 있다면 나이로 보나 상황으로 보나 충분히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



누구나 이 시대 텔레반으로 인정하는 천정배 전대표.

그의 강직함은 물론 강점이다. 그러나 그로인해 그에게 덧입혀진 강성 이미지는 그의 정치 일정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약간은 좀 더 유연하고 복합적인 사고체제의 훈련을 통해 이미지에 대한 순화 작업이 선행되었더라면 바람직한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못 말리는 나의 오지랖이 나와 무관한 민주당 전당대회를 언급하도록 충돌질한 탓에 허공에 편지 쓰듯 몇 자 적었으니 과례였다면 용서해주길 바란다. (나머지 분들은 내가 많이 알지 못하거나 뭐라고 코멘트하기가 부적절해서 제외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적 비전 역시 평범하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의 성패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기회의 유무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시대를 읽을 수 있는지 여부와 그 시대를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는 리더십을 어떤 식으로 자리매김하느냐에 달려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정치의 최종 판단이 허업이라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되든 천형의 업보로 받아들여 수긍하는 것으로 매듭짓든 어차피 내딛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발전이 우리 정치 수준의 업그레이드는 물론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전기가 되기를 기도한다.

(2010. 10. 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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