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8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관점이 다르니

관점이 다르니



살면서 의중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어 곤혹스럽게 될 때가 많다.

며칠 전 내 블로그 독자와 나눈 대화 시간도 그런 순간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그는 내 블로그에 포스팅 된 글에 꽤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글들이 특정 사안에 딱 부러진 입장을 보이지 않고 두루 뭉실 넘어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 점에 대해 불만을 표명했다.

그의 충고에 특별한 오류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또 정확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원래 사람이 무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사상가와 현실정치인의 처지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취지로 정치하는 사람의 현실적인 한계를 설명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어떤 설명도 명확히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그를 온전히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내게 확신을 바랬지만 그 역시 어려운 일이었다.



세상사 마다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는 건 아니다.

그러나 관점에 따라 역사나 시대적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여러 경험들을 통해 익히 알려진 바다. 똑같은 사실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오게 돼 있다. 그런 상황을 감안하면 사물에 대해 어떤 식으로 진단을 내리고 매듭을 짓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이 절감된다.

한일 양국에서 극명하게 엇갈린 시각으로 평가되고 안중근 열사와 이토 히로부미의 사례만 해도 그렇다.

우리에게는 애국자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안중근 열사는 일본인의 시각으로 보면 그저 무모한 ‘테러리스트’일 뿐이다. ‘나쁜’ 일본인을 제거한 쾌거가 일본에서 오늘 날의 일본을 만들어 낸 위대한 지도자의 안타까운 희생으로 기려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의거’로 칭송하는 안 열사의 숭고한 행적이 일본에서는 무모하고 비뚤어진 영웅심의 발로 정도로 폄훼되고 있는 것도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다.

누가 맞고 틀린지를 단정 지을 수 없는 애매함이 거기 있다.

안중근 열사와 그의 아들 안중생의 삶도 비슷한 경우의 수를 보인는 건 아이러니다.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아버지 안중근과 그런 아버지를 부정한 변절의 댓가로 가족의 영위를 책임져야 했던 아들 안준생의 엇갈린 운명에 대한 평가는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혹자는 안중생을 '호부견자‘로 낙인찍고 외면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그는 자신의 선택이라기 보다 아버지의 선택 때문에 희생된 불우한 ’영웅의 후손‘으로 동정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어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삶을 임해야 할지는 참으로 중요한 방편이라는 생각이다. 그것들을 어떤 방법으로 추진할 것인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고 시대를 보는 밝은 안목 역시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실제로 우리의 역사 속 인물들이 남긴 삶의 궤적을 통해서도 그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준비하면서 때를 기다릴 줄 알았던 고려 태조 왕건의 인내심, 피비리내 나는 전쟁을 불사하면서 권력을 쟁취한 태종 이방원, 파락호의 손가락질을 마다하지 않던 흥선 대원군의 무서운 위장술,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 정도는 초개처럼 내던질 수 있었던 포은 정몽주의 절개 등이 지금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성공사례다.

여건과 방법은 달랐지만 그들 모두 자신의 삶을 제대로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후대가 그들의 삶의 궤적을 기리는 것만 보아도 틀린 정황은 아닐 듯 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유형으로 내 삶을 운영하고 있는 것일까?

시대를 잘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 여건이나 주어진 역할 등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 또 시대를 마감한 이후 어떤 식으로 평가되고 기억될 지 의식하는 것도 인간의 삶을 바로잡아 주는 훌륭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딱히 ‘이것’이라고 할 만큼 명확하게 손에 잡히는 결론은 없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 삶의 궤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알겠다. 제대로 된 ‘흔적’을 위해선 신중한 사고는 물론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테지만 말이다.

어찌 보면 별 생각없이 사는 것 같아도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한 저마다의 인생인 것을.



블로그 인연 때문에 제대로 산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현실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되는 달 밝은 밤이다.



(2010. 11. 28)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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