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6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공정한 사회를 위해

공정한 사회를 위해


얼마 전 빌 게이츠의 부친, 버핏 게이츠는 ‘부자가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주장으로 이목을 모은 바 있다. 부자들의 재산 환원이 나쁜 건 아니지만 재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과정 자체가 부자들에게 혜택 보장을 전제하는 것이어서 그보다는 가혹한 세금이 사회 발전을 위해 더 낫다는 그의 주장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물론 성실하게 돈을 벌어서 후손에게 재산을 남기는 일 자체는 어찌 보면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태광그룹 사태를 통해 드러나듯 편법으로 조성된 ‘富’의 실체는 어떤 형식으로든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무리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는’ 게 돈이라지만 비감스럽기까지 하다.



대통령의 ‘공정사회’ 천명이 모처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불공정이 주를 이루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니 이마저도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지 싶다. 게다가 구호로 그치는 공정성이 자칫 공정사회를 기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합법적인 명분을 조달하는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걱정스럽기도 하다.

특히 부의 편중 현상이 공정사회 구호를 공허하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지표로 드러나는 징후들만으로도 공정사회가 안착되려면 얼마나 멀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십억, 수백억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재벌가의 미성년 자손들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결코 공정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완고한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부의 편중 사례라 할 수 있다. (것도 모자라 적통의 지위를 두고 체면도 가릴 여유 없이 서로들 치열하게 다투는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가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생중계 되고 있으니 이거 원..)

미성년 자식들에게 과도한 재산을 미리 넘겨주는 행태가 과연 당사자인 자식들에게 바람직한 일인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부모로서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은 심정은 알겠지만 자식 입장에서 반드시 재고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건 자본주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맹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인간의 욕심을 제어할 수 있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문제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양극화 현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물론 있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국부 확장을 위해서는 더 지독한 양극화도 감내할 각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강팍한 물질만능주의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행복할 리 없다. 요즘 들어 부쩍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혼합한 제3의 절충안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잦아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양극화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국민 입장은 불안할 것이다. 과연 어느 정도까지 양극화가 심화돼야 적정선을 찾게 될 지 불투명한 미래로 인한 스트래스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는 욕심인 것 같다. 욕심이야말로 인간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독소 조항이라는 생각이다. 인간의 모든 일정을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면서 그나마 중심까지 잃어버리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현상이 어제 오늘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데 인식을 함께 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대통령을 탓할 일은 아니나 갈수록 공정사회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녹록치 않은 현실 직시도 마찬가지 과정이다. 지금으로선 그저 어떤 식으로든 바로잡고자 하는 위정자의 진정성과 사회 구성원들의 실천 의지가 가장 적절한 처방이 아닐까 싶다.

공정한 사회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욕심대신 각 개인마다 헌신의 미학을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PS: 지금 내 머릿속을 지배하며 해결책을 구하고 있는 과제는 다음과 같다.
- 기본적인 자본주의 변형없이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뭘까?
- 국민적 동의하에 과도한 부의 세습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은 어떤 걸까?
- 공정한 사회가 신기루에 불과하다면 모두와 현실적으로 공감대를 구축할 수 있는 슬로건은 과연 무엇일까?



(2010.10.2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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