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7일 목요일

홍문종생각 - 부실국감

부실국감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정치권을 바라보는 여론의 눈초리가 따갑다.

해마다 부실 국감에 대한 우려는 국감 시즌이면 도마 위에 오르는 단골 메뉴다.

그러나 같은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으니 큰일이다. 실제로 고성과 호통이 난무한 국감현장엔 정책 전반을 검증하려는 의지가 실종된 지 오래다. 여야 간 말싸움과 기싸움만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장이 제 기능을 할리 만무다. 불성실과 구태의 반복이 여전한 국감 현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낯 뜨거운 자화자찬으로 부실 국감을 덮으려는 꼼수로 일관할 뿐이었다. 속보이는 대응으로 매를 부르는 화를 자초한 셈이다.



나 역시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으로서 부실국감의 책임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 부담감이 있는 만큼 부실국감 대책에 대해 누구 못지않게 고민을 많이 해 왔다.

무엇보다도 ‘상시국감의 정례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 방대한 국감 자료를 제대로 체크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정황이다. 부실국감은 예정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측면에서 국감의 상시화야말로 부실국감을 막는 좋은 처방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의 전문성 확보도 관건이다.

상임위원회 변경이 잦은 우리 국회의 현실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속 상임위의 잦은 변경이 국회의원들의 전문성 약화로 이어지고 부실국감을 초래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상임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상황인데 정부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 충족될 리 있겠는가.

내 경우만 해도 현역시절, 소속 상임위가 교육위에서 행자위로 또 환노위 등으로 계속 옮겨지다 보니 공무원 그룹의 전문성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 국회의 경우 6선의 조순형 의원이 ‘법사위 전문가’로 활약을 펼치고 계시지만 대부분 전문성이 미흡한 상황이다. 자기 전공에 맞는 상임위가 한번 정해지면 내내 같은 상임위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국 의원들에 비하면 미약한 여건임에 틀림없다.

정부기관의 전문성을 능가하지 못하면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국회의원에게 ‘만능’보다는 ‘전문적’ 자질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회의원의 노력이 더 없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소속 정당의 보스나 당리당략에 따른 전략 차원으로 국감에 나서는 행위가 근절돼야겠다. 간혹 국회의원들이 국감현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언동이나 해프닝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 공천을 보장받고 싶은 욕구가 깔려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회에서 난동을 부려도 당을 위하거나 보스를 위한 거라면 거부감 없이 용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에 따라 이처럼 어이없는 과잉충성이 당 공천 보장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하니 부끄럽고 서글픈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방지하려면 선출직의 후보 공천이 철저한 상향식 절차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후보를 선택하게 하자는 것이다. 후보 공천에 정당의 입김이 약화된다면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국감에 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실 국감을 막기 위해 덧붙일 게 있다면 전문위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조력 그룹을 공동으로 확충하는 방안이다.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도 반복되는 부실국감을 조장하는 요인이다. 또한 국감의 증인채택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정치적인 목적이 앞선다면 결국 국회위상만 떨어뜨리는 악재가 되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텅 빈 증인석이 신청 당사자인 의원은 물론 국회의 권위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사안에 따라 비공개 방식 등으로 증인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럴 경우 국회 위상은 물론 효율적인 국감진행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있다.

해마다 부실국감 비난이 이어지고 이에 따른 대안 제시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은 이 마저도 당리당략에 따른 여야 정쟁의 소재로 전락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권의 개과천선이 없는 한 부실국감의 근절은 참으로 요원한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간 (부실국감)공해 제거를 위해 온 국민이 나서게 될 지 모른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10. 10.8)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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