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0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10,10,10,10,1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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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0일.

이 날은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임산부의 날이라고 한다(나는 국회의원 시절 참석했던 중국의 쌍십절 행사로만 기억 하고 있었다).

나도 몰랐는데 며칠 전 이 기념일 제정을 주도했던 안명옥 전의원의 강연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안 전의원은 doctor amo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고 산부인과 전문의, 대학 교수로 활동 하시는 분이다)

안 전의원에 의하면 2010년 10월 10일(바로 오늘)은 10이라는 특정 숫자가 세 번 겹치는 특별한 날이다. 백년에 한번인 확률로 볼 때 우리 생애의 유일하게 맞이하는 기회의 순간이기도 하다.



2010년 10월 10일 10시 10분 10초 10.

그 시각에 (정확히 말하자면 10이 7개 겹치는) 나는 일곱 사나이의 일원이 되어 도봉산 백운대에 있었다. 무슨 황야의 7인이나 된 것처럼 폼(?)을 잡고 등산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내가 오르는 산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백년 만에 한번인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자는 의미의 회합이었다.

산을 오르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 우리를 스쳐가는 시간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오늘 하루만 해도 많은 일과가 있었는데 그 역시 돌이킬 수 없는 내 생의 조각들이라고 생각하니 특정일만이 아니라 내 삶의 모든 순간순간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과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돌아보니 내 자신 일반적인 사고체계와 참 많이 다른 독특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테면 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심하고 반대로 남들에게 중요하지 않는 부분은 챙겨드는 경향이 그것이다.

물론 적당히 배합하면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공감되지 않는 사안에 대해 남들이 아무리 쉽게 동조를 해도 유독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엉뚱한 기질은 충분히 문제가 였다.

그 때문에 꽤 여러번 곤경에 처해지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까지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경우, 왜 왼쪽은 왼쪽이고 오른 쪽은 오른쪽이어야 하는 지 반복된 의문 때문에 선생님께 치도곤을 당하기도 했고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는 애국가 가사에 대해서도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문제제기로 부모님을 괴롭혔던 전력이 있다.

이런 엉뚱함은 중고등학교 때에도 이어졌는데 영어시간에는 영어를 말하는데 왜 문법이 필요하냐고 억지를 부리거나 미술 선생님께는 피카소의 그림이 어째서 걸작이냐고 따지는 질문으로 튀는 문제학생이 나였다.

심지어 군대에서는 왼손 오른손을 혼동해서 난감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궁여지책으로 상처가 있는 손을 왼손으로 입력하는 식으로 좌향좌, 우향우를 겨우 구분했지만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뭐든 이해가 안되면 용납이 되지 않았던 독특한 기질이 빚어낸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고체계는 교육자로 정치인으로 세상을 살아오면서 양보와 타협을 강요당할 수 밖에 없었던 과정을 통해 무뎌질 수도 있으련만 가끔씩 튀어나오는 괴팍스러움(대부분 숨기면서 혼자 삭히는 선에 그치기 마련이지만)이 여전한 걸 보면 천성인 가 보다.

명확하기보다 교묘한 혼합으로 대충 표현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유일한 이 순간과 내 독특한 사고체계의 절묘한 타이밍은 거의 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살얼음판을 딛는 기분으로 언제 폭발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장애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면서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최연희 부부의 동반자살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나다. 갈수록 포악해지는 사회 현상에 대해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분석과 이해가 가능한 폭넓은 공감능력 또한 내가 소유하고 있는 강점이아닐까 싶다.



오늘의 블로그는 이쯤에서 마치려고 한다.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기록으로 여러분에게는 암호문처럼 남겨두고 싶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시간은 유일한 시간이고 독특성에도 불구하고 홍문종의 삶이 나름대로는 하나하나 치밀하고 심혈을 기울인 정성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아직 완성품이 되지 않았으니 마음에 안 들고 이해가 안가더라도 넓고 큰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격려해 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2010. 10. 1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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