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2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플레이오프 4차전

플레이오프 4차전



어제 저녁 나는 민심의 바다에 빠져 있었다.

날개를 달고 급부상중인 잠실 야구 경기장에서였다. 급조된 스케줄이긴 했지만 삼성과 두산의 2010 마구마구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를 관람하면서 민심의 흐름을 살피는 호사를 누린 셈이다.

아침부터 직원이 안절부절 해서 왜 그런가 했더니 오후 6시부터 열리는 삼성과 두산의 야구게임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직업상 젊은이들의 생각이 늘 궁금한 입장에서 재래시장이나 연극 공연장을 찾기도 하는 터라 아예 직원을 앞세워 야구경기가 열리는 잠실야구장으로 직행, 민정시찰(?)에 나서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4차전에 이르기까지 매 게임마다 1점차로 박빙의 승부를 주고받는 삼성과 두산의 리턴매치는 그 자체만으로 야구팬들의 관심 속에서 날개를 단 형국이었다.

처음에는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한 삼성의 일방적인 승리로 경기가 싱겁게 끝나는 가 싶었다. 그러나 이내 뚝심을 발휘한 두산의 기적이 연속 5점을 뽑아내면서 동점을 기록, 관중을 환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결국 팽팽한 접전 끝에 8:7로 삼성이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경기 내용으로는 우열을 가르기가 쉽지 않았다.

한치 앞을 예측 할 수 없게 펼쳐지는 혈전의 드라마는 나로 하여금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경기에 빠져들게 했다. 역전과 재역전이 이어지는 경기 내내 심장의 안위가 걱정될 만큼 초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가을 야구의 진수를 맛보게 했다. 야구의 승패는 왜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 3볼까지 지켜봐야한다고 하는지 실감나게 했다.



공 하나마다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야구를 흔히 인생에 견주기도 한다. 각본없는 드라마를 통해 수많은 가능성과 우여곡절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동의되는 부분이 있다.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 그 자체다. 저마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을 향해 열정적으로 성원을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경기관람은 삶의 활력을 제공하는 엔돌핀의 보고다.

내 눈에는 열광하는 관중들이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에 모여 있거나 한산대첩을 앞두고 대치중인 병사들처럼 보인다. 예수를 따라다녔다는 수 천 군중의 환호가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하다. '하이 히틀러!'를 외치던 독일 병사들의 비명같은 구호가 연상되기도 하고, 아고라에 모인 아테네 시민들의 열광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들이 그릇된 결정의 패각투표로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을 많이 죽이고 내쫓았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

이 시대 무엇이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가를 생각하도록 단초를 던지고 있다.



야구장에는 선수들의 몸동작을 비롯해 경기 내용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관중이 넘친다.

그런 모습을 통해 지금 사람들이 얼마나 열광할 대상에 목말라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전 3S 정책이 있었다.

3S는 스포츠(Sports), 섹스(Sex), 스크린(Screen)의 첫글자를 딴 통칭으로 제5공화국 당시 국민적 관심을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돌려 반정부 움직임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시행한 정책이라고들 한다. 그 중 스포츠는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을 겪게 될 때마다 정권 유지를 위해 위정자들이 단골로 찾던 메뉴였다. 문제는 3S의 긍극적인 성과가 희망으로 작용하기 보다 정권의 치부를 가리는 가림막으로 활용된다는 데 있었다. 위정자의 음모로 국민적 열광거리의 잘못된 선택이 국민 우민화의 도구로 활용됐던 암울한 시절의 기억이다.



대중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일이야말로 시대를 앞서 나가는 지도자의 역할이고 당면과제가 아닐까 싶다. 민족과 역사 앞에 가치있는 흔적을 남길 수 있을만한 실체로 말이다.

최소한 시대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일시적인 이벤트로 국민여론을 호도하려는 시도 따위는 처음부터 집어 던져야 한다. 국민을 선도하는 혜안은 지도자의 기본 덕목임을 명심할 일이다.

치어리더들의 감각적인 몸짓을 향한 열광은 위험 할 수 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가 되어서, 주와 객이 전도 된다면 말이다.

미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환각제처럼 무모한 거래가 되기 십상이다.



정말로 제대로 된 열광거리가 필요하다는 것, 그것을 찾아나서야겠다는 것.

엊저녁 야구장을 나서면서 건져올린 나의 결론이다.



(2010. 10. 1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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