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3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최고가 된다는 건

최고가 된다는 건



어제 박찬호 선수가 새로운 전설을 썼다.

메이저리그 데뷔 17년 만에 개인 통산 124승을 거둬 123승을 기록한 일본의 야구 영웅 노모 히데오 선수를 제치고 아시아 최고의 투수로 등극한 것이다.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운 지 2주 만이다.

박찬호 스스로도 얘기했듯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기록은 대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17년 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 개인이 만들어 낸, 아시아 최고의 기록이라는 점에서는 상당히 ‘특별하고 대견스러운’ 성과로 대접받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세계에서 야구를 잘한다는 사람이 모인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 동양인 체형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운동으로 세운 기록이다.

박찬호 개인에게도 숱한 부상과 마이너리그로 떨어지는 수모 등의 역경을 극복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감회와 의미의 기록이 될 것이다.


오늘, 박찬호가 받는 찬사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코리언 특급’으로서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인 뉴욕 양키스 구단에 스카웃될 때만 해도 그의 장밋빛 미래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국의 야구 영웅 박찬호가 팀에서 방출되는 수모를 겪게 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연속된 부진으로 좌절의 순간에 봉착하게 된다. 이대로 야구인생을 끝내게 되는가 할 정도의 위기 국면이었다. 그리고 다시 최약팀 피츠버그로 이적하는 기사회생을 통해 급기야 아시아 최다승 투수로서 정상에 우뚝 서는 쾌거의 주인공으로 ‘박찬호의 성공 신화’를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나는 어제까지의 내가 만든 것이다.

내 인생에 불행은 없었다."

박찬호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긴 말인데 공감할 수 있는 울림을 준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의미두기야 말로 시련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그리고 묵묵히 자신이 세워놓은 삶의 이정표를 견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좋은 피칭을 위해 얼마나 연습하고 노력했는지에 더 큰 의미를 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도전’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기회가 주어진다고 믿는다는 그의 가치관과 상통하는 부분인 것 같다.

좌절하지 않고 실패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박찬호의 성공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인생을 허비하지 않는 노하우를 전수 받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누군가의 신기록은 또 다른 누군가의 ‘가능성’을 전제한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좀 더 크고 넓은 미래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희망의 전초전으로서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박찬호의 이번 124승은 지난 98년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등 2개의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면서 한국골프의 지평을 연 박세리나 지난 2009년 미국 남자 프로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쉽’에서 골프황제 타이거우즈의 신화를 꺾고 바람의 아들이 된 양용은의 성과처럼 우리의 새로운 지표가 됐다. 우리로 하여금 또 다시 정복해야 할 목표물로 향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공한 것이다.

그들이 세운 금자탑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역경은 성공의 아버지일 수 있음을 입증한 살아있는 표본으로 손색이 없다.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어려운 역경을 뚫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만으로도 기여도가 크다고 할 것이다.


최고가 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서 반드시 최고가 되기 위한 목표만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삶의 이정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 충분히 족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최고의 삶이 될 수 있다.

(2010. 10.3)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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