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9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더불어 산다는 건

더불어 산다는 건


요즘 들어 대한민국의 우월한 유전학적 인자를 확인하는 기회가 많아진 것 같다.

그 중 해외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교포들의 성공 스토리는 특히 반갑다. 나름대로 성공을 이루고 뿌리 찾기에 나선 해외 입양아 케이스는 각별하기까지 하다.

실제로 세계 각지에서 둥지를 틀고 행정부 고위직으로, 재벌 사업가로, 스포츠 스타로 주목받는 교포들이 적지 않다.

한국인 최초로 오바마 행정부에 보건부 보관담당 차관보와 국무부 법률고문으로 각각 임명돼 워싱턴 정가의 관심을 모았던 고홍주, 고경주 형제가 있는가 하면 부시 행정부에서 대 테러정책 핵심논리인 선제공격의 이론적 틀을 주도했던 한국계 변호사 존 유 교수가 있다. 미식 프로 풋볼계를 점수한 한국계 스타 하인스 워드, 태권도 해외 보급으로 태권도 원조국 대한민국을 세계에 널리 알린 권재화 사범 역시 뛰어난 개인 기량으로 일가견을 이룬 자랑스런 대한민국 유전자들이다.



그런 맥락에서 오늘 대구에서 '한민족 경제의 중심, 한상네트워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열린 세계 한상대회를 주목할 만하다. 46개국 내외동포 경제인 3200여명이 참석했다. 모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의욕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난 번 중국 상하이 모임에 이어 9번째라는데 해외에 있는 한국출신 경제인들이 하나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

면면을 따지다 보면 저마다의 성공스토리 역시 가볍지 않으니 만큼 이들 한상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돈을 버는 것은 기술이지만 쓰는 것은 예술이라며 어렵게 모은 재산 60억을 선뜻 고향 발전을 위해 쾌척한 한창우 마루한 회장도 그 일원이다.

가난 때문에 16살 어린 나이에 혈혈단신 일본 밀항선에 몸을 실어야했던 그가 이제는 일본 재계 20위 규모의, 재벌순위 17위의 기량을 자랑하는 기업가가 됐다. 성공한 기업가가 되어 금의환향하게 되기까지 그의 삶이 얼마나 곤궁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 그가 이제 고국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8순 老사업가의 숭고한 선택 앞에서 옷깃을 여미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역지사지 측면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인심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그 생존력 강한 화교들의 정착을 막은 유일한 나라로 찍힐 정도니 알만하다.

우연히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 간 화교 출신 중국인을 만났는데 “밀가루값 계속 올라 해. 자장면 값 못올리게 해 . 망해서 미국으로 도망갔어 해”라고 진저리를 쳐서 몹시 민망했던 경험이 있다.

세계가 점점 하나로 되어가고 있는 추세로 봤을 때 옹색하게 움추리는 우리의 폐쇄성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다. 조선의 몰락을 도왔던 대원군의 쇄국정치를 굳이 입에 올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울타리를 허물고 점점 좁아지고 있는 지구촌 현실과 역주행하는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압박감도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 임에랴.

해외 입양을 근절하거나 이주민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은 전향돼야 마땅하다. 다문화 수용에 대한 적극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답은 선인들의 삶에서 건질 게 많다.

혼인 문제 하나만 해도 그렇다. 아래 윗동네끼리 사돈을 맺고 산 너머 동네에서 자식들의 혼처를 구하는 일상적인 관행에조차 치밀한 ‘사전계산’을 포석으로 깐 정황이 역력하다. 유전학적으로도 그렇고 사회학적으로도 그렇고 어쩌면 그리도 과학적일까 새삼 무릎을 치게 되는 순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역시 평범한 우연이란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곤 한다.



2012년이면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4%에 해당되는 200만 이주민 시대가 열리게 된다고 한다.

더 이상 이주민은 경쟁상대국의 일원으로 대하는 건 의미없는 일이다. 이제는 선택의 여지없이 더불어 사는 삶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18일 개막한 ‘고양 문화나눔 한마당’ 행사는 내게 있어 상당히 유의미하다.

국수주의를 벗고 서로의 삶을 끌어안는 방식을 통해 다문화의 수용공간을 넓혀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실천 마당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이 행사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미약한 시작이지만 창대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리란 믿음으로 임하고 있다.

모쪼록 이번 행사가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작은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양 문화나눔 한마당’이 제 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격려와 참여, 그리고 날카로운 비판이 곁들여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이제 막 조성되기 시작한 다문화 수용 움직임에 선봉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각자의 강점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서 완성도를 높이는 식으로 덧셈의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겠다.

대한민국을 세계 속 리더의 반열에 올리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2010.10.1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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