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1일 목요일

홍문종생각 - 쇼인지 국감인지

쇼인지 국감인지


국감 시즌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과잉의욕이 국감장을 이벤트의 집결지로 만들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질의에 나선 의원들이 국정을 논하는 건지 쇼 무대를 연출하는지 모호하다.


실제로 국감장에 때 아닌 가스통, 군용 제독기, 식용낙지, 배추, 대인지뢰가 등장하는 가하면 심지어 고글과 장갑을 착용한 국회의원이 ‘불쇼’를 공연(?)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마치 브라운관 속 연예인들이 속칭 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과 다르지 않은 정치인의 모습이 솔직히 볼썽사납다.





어떻게 해서든 튀고 싶은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블로그만 해도 이왕이면 많은 이들이 찾아주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독자를 늘리는 특별한 방법이 제시된다면 그것이 개인의 철학이나 가치관과 약간의 차이가 나더라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게 될 것 같다. 하물며 국민의 관심과 박수를 먹고 사는 정치인 입장에서 이목을 모을 수 있는 이벤트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은 신뢰와 진정성을 근간으로 가동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어떤 이유로도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퇴색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국정감사는 나라살림을 제대로 꾸려보자는 취지에서 진행되는 국정 스케쥴이다.


미비한 점이 있다면 대안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정책 수립 등으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본연의 기능이다.


그러나 정치권 상황은 사태의 심각성을 여전히 인식하지 못한 표정들이다.


진정한 국정논의는 간곳 없고 오로지 주목받기 위한 발버둥(?)만 존재한다. 국정감사조차 버라이어티 쇼의 일부로 생각하는 정치권의 철없는 행보가 언제쯤이나 제 자리를 찾게 될지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국정 운영조차도 희화화되는 조짐인 것 같아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언론의 시니컬한 반응이나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 ‘생 쇼’들 때문에 재원 낭비와 국민기만, 부실의 주체로서 책임져야 할 형량이 더 무겁게 매겨지는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정황이 역력하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감의 실효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상설국감을 다시 한 번 주장하는 바이다.


차분한 분석과 진정성 있는 열정이 지배하는 국감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국정 감사는 대학의 세미나처럼 진지하게 진행된다. 그런 분위기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권을 신뢰하게 하고 찬사를 보낼 수 있게 하는 일등공신이다. 내실있는 국정운영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속적이고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총체적인 문제점 해결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상설국감은 결코 가벼이 다룰 수 있는 제안이 아니다.


국회의원 보좌 시스템을 손질하는 것도 국감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한 방안이다.


국회의원 1인당 4급에서 9급까지 7명 정도의 TO가 배당되는 우리와는 달리 미국의 시스템은 훨씬 합리적이다. 일테면 의원들에게 보좌진을 구성하도록 재량을 일임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우리도 일괄 처리하는 현행 방식보다 능력에 맞는 탄력적인 보좌진 수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능력별 보수지급-경우에 따라 의원 세비 수준의 보수를 받는 보좌진도 가능한-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정감사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자세도 지금같은 상태로는 안된다. 변화가 있어야겠다.


부끄러운 행위를 수치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국감을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시도자체가 기피 대상으로 인식될 정도의 도덕성이 필요하다.


특별히 선거가 있는 해의 국감이 표를 의식한 의원들에 불순한 의도 때문에 본연의 기능이 뒷전으로 밀리는 불상사는 없어야한다.





문제는 마인드다.


국감장이 더 이상 깜짝 쇼나 정쟁으로 타락되는 일이 없어야겠다.


국민들이 정치적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상벌을 명확히 한다면 최소한 국정감사가 정치인의 탐욕에 오염되는 일만은 막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치수준이 업그레이드 되려면 국민 저마다 정치권에 대한 감시 기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고품격의 정치수준이 국민 자부심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사실도 함께.


(2001.10.2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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