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6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명품 인생

명품 인생



영화인 신영균씨가 500억원에 달하는 사재를 쾌척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고 부자인 삼성 이건희 회장이나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경우 10조원을 육박하는 재산가라는데 실질적으로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되지 않는다.

그에 비해 500억 원은 국회의원 세비를 한 푼도 안 쓰고 550년을 저축하면 모을 수 있는 액수라니 그가 얼마나 큰돈을 세상에 내놨는지 감이 온다.

신씨의 미담을 더 빛내는 건 그의 가족들이었다.

가장의 거액기부 결정을 자랑스러워하며 격려하는 가족들로 인해 인간 신영균을 더 깊이있게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연배는 다르지만 신영균씨와 개인적으로 특별한 인연이 있다.

국회에서 같이 활동할 당시 지근거리에서 그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아들인 신언식 사장과는 젊은 시절 꽤 오랫동안 같은 모임에서 활동했었다. 선이 굵고 머리가 명석해서 사업가적인 자질이 뛰어난 친구였다)

그 때도 그는 자기 삶을 철저히 관리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자칫하면 허장성세로 빠지기 쉬운 환경이었음에도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놀라웠다. 배우로도 정치인으로도 예총회장으로도 각각의 역할에 손색없이 최선을 다하는 ‘완벽남’이었다.

그의 그런 처세는 영화배우로 더 성공적이었지만 정치권에 와서 이미지를 망가뜨렸던 다른 배우 출신 정치인들과 대비돼 더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큰 너털웃음으로 주위를 넉넉하게 하던 그는 정치선배로서도 언제나 후하고 사려깊어서 인기가 있었다.

대통령 선거 당시 보조를 맞춘 적도 있는데 신사적인 매너로 늘 언행에 신중을 기하며 자세를 흩트리지 않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향 싼 종이가 향 내음을 전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행동은 그 사람의 인격적 중후함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일시적 꾸밈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명품의 품격 같은 게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영균씨의 500억 기부 결정은 그라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 그의 ‘명품 인성’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어려운 세대를 지나온 사람이기에 자신의 부를 드러내는 방식에 있어 누구의 간섭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그는 자기 재산을 사회에 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내 자신 수혜 당사자라도 된 것처럼 기쁘고 통쾌한 마음이다.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풍토 속에서 신영균씨 미담은 그래도 이 세상이 살만하다는 희망의 조짐에 단비를 뿌렸다.

그의 이번 기부가 우리 사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착에 교두보가 되고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하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신영균씨처럼 명품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이 출몰하기 바란다.

(2010. 10. 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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