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준비하는 삶

준비하는 삶



코미디계의 대부, 원맨쇼의 달인.

가식없는 웃음 제조기로 만인의 사랑을 받던 원로 코미디언 백남봉 선생이 영면했다. 아직도 50대 젊은이 같은 영정 사진 속 모습만으로는 선생의 유고가 실감나지 않는다.

70년대와 80년대를 주름답던 선생의 구수한 입담을 추억으로 공유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시절 장안을 휘어잡던 선생의 성대묘사나 팔도사투리 구사는 명품 코미디의 진수로 누구나 한번쯤 흉내내기에 도전해 본 기억이 있을 법하다.

전성기가 지나간 이후에도 자신의 달란트로 남을 위한 삶을 살았던 흔적들이 그의 부재를 아쉽게 한다. 투병 중에도 삶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을 만큼 희극인으로서의 자긍심이 유난했다는 후일담이 그와의 빠른 이별을 안타깝게 한다.


죽음 앞에서 예외가 되는 삶은 없다. 너나없이 모든 사람은 죽게 돼 있다.

인생의 여정 역시 죽음을 향한 타임 스케쥴에 불과하다. 앞서 간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한 줌 흙으로 사라져야 하는 숙명의 한계를 알았기에 현인들은 제대로 된 삶의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했던 것 같다.







이른 바 ‘삶의 내신’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것은 세상에 족적을 남기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재벌도 아니고 권력가도 아닌 나의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겠지만 모든 인간이 다 평등하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역사에 남을 자기 기록에 대한 책임의식에 경중이 있을 수 없다.

때문에 자신의 평생 행적이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공개되는 기준 하에 평가될 것임을 염두에 두고 사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평가를 의식하고 자기 생활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한 삶은 그렇지 못한 삶에 비해 훨씬 더 정제된 결과물을 남기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것은 재물이나 권력의 무게보다 더 높은 가치로 평가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평소 나 자신이 역사에 어떤 인물로 평가될 것인가에 촉각을 세우는 편이다. 나를 대표하는 말이나 글 그리고 행적이 어떤 식으로 역사에 기록될까를 생각하면 정말로 잘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지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극히 유한한 삶의 일정을 의식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 주위에서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신만은 특별한 삶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불로초를 구하던 진시황제의 탐욕과 집착이 얼마나 헛된 결말이었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헛된 욕망은 여전히 절제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무리 움켜쥐어 봐야 결국은 빈손으로 돌아가게 돼 있는 삶의 철칙을 안다면 그토록 흉한 모습으로 스타일을 구기면서까지 속내를 드러내는 일은 없었을 텐데 또 다른 측면의 인간적 한계이지 싶다.

건강, 재물, 권력.... 결국은 신기루다.

시간이 되면 그 누구도 지킬 수 없는 그 허무한 휘발성을 조금이라도 일찍 깨닫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자각하자.

어떻게 자신의 삶을 운용했는지에 따라 저마다의 인생 등급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러고 보면 많은 이들로부터 가슴에서 우러난 애틋한 조문을 받으며 떠나는 백남봉 선생의 삶은 행복한 결말을 지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성공적인 생애에 박수를 보내며 충실한 삶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가슴 속에 내려 놓는다. 쉼 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나 역시도 한 점 후회없는 삶을 살겠다는, 나의 매 순간순간이 훗날 어떤 식의 평가로 이어질지를 한시도 잊지 않고 살겠다는 그런 다짐 말이다.
( 2010. 7. 3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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