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5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이제는 우리도 주역이 되자

이제는 우리도 주역이 되자


앙드레 김의 타계 이후 대한민국 전체가 술렁일 만큼 그의 생애를 기리는 말이 성찬을 이루고 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아쉬움 속에서 그를 떠나보내고 있다.

나 역시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마음이었지만 수많은 언급들이 있어서인지 특별한 감정이 덧붙여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전할 8.15 기념사를 준비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8.15 광복절이 아직은 진정한 완성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완성도 높은 삶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의 흔적을 돋보이게 했다.

단순히 세계 패션계의 거장으로서만이 아니라 한평생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잃지 않았던 장인의 자존심과 애국심이 새삼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세계 패션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 앙드레라는 이국적인 이름에 자신의 기본 뿌리인 金을 조합한 의도부터 시작해서 그가 나라를 사랑했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외국산 옷감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에 단 한 번도 모피의상을 제작하지 않았던 뒷이야기 하나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애국심의 진수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우직한 성정이 그로 하여금 흰색 의상과 독특한 머리모양, 말투, 제스처에 이르기까지 평생에 걸쳐 자기만의 독창성을 고수할 수 있게 한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순백으로 물들이며 순백을 지향했던 자신의 독창성을 완성시켰다.



65번 째 8.15 광복절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사를 향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과 유사한 역사와 전통, 풍습을 가지고 있는 여건인 만큼 발군의 독창성을 발휘하지 않는 한 세계무대의 주역이 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세계 속 대한민국을 어떤 독창성으로 자리매김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독특함이나 창조성으로 대표되는 독창성은 우선 나름대로의 철학과 신념이 있어야 만들어지고 용기가 있어야 지킬 수 있고 그리고 실력이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가능성을 확신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우리가 세계를 제패한 피겨 스케이팅,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축구, 골프 등으로 세계의 호감을 얻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내세워 세계 변화의 주역이 되겠다고 나서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의 도전정신이나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을 비롯, 중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세계사의 앞과 뒤에서 나름의 역할을 했던 나라들만 해도 세계에 각인된 각국 고유의 캐릭터가 저력으로 뒷받침 된 정황이 있다.

이 같은 정황에서 문득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도 대한민국만의 캐릭터로 세계 역사를 주도하는 선진대열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말이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으로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쟁의 비극과 일본의 강점기를 거쳐 아프리카보다 더 비참했던 가난의 시기를 극복해 낸 대한민국이다.

이 같은 과거 상황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세계평화의 발원지로 상징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쪽으로 우리의 독창성과 창의력을 집중해서 우리도 우리만의 정체성으로 세계를 주도할 동력을 갖자는 말이다.



실제로 오천년 역사 동안 무력으로 남을 침공하거나 식민지로 삼은 일이 드문 우리다. 남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하는 심성 착한 국민성 또한 유별나다. 또 원조받던 입장에서 지원국이 된 지금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빈곤국의 아픔을 우리만큼 잘 이해할 수 있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남북통일이 이뤄지면 세계 평화나 빈곤퇴치 캠페인을 주도하기에 우리나라만큼 적격인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의 사상과 이념 변화의 물결이 첨예하게 마주했던 만큼 지구촌 그 어떤 갈등도 수용되는 메카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역사가 웅변해주고 있다.

물론 상징성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니다. 거기에 걸 맞는 실력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 우선 당장 뛰어들기엔 자체적으로 선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는 내부 형편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일단은 국가의 미래 비전을 세우는 일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밑그림 그리기부터 시작해서 희망을 완성시켜 보자는 얘기다.



명품의 삶을 살다간 앙드레김은 오랫동안 사람들 기억에 남을 것이다. 당분간 그를 대체할 한국산 세계적 거장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하늘에서도 자신의 조국이 명품 국격으로 세계를 주도하기를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평생을 소원했던 것처럼.

이제 우리도 주역이 되자.
(2010. 8. 1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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