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9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賞을 주지는 못할 망정

賞을 주지는 못할 망정


선관위가 지난 지방선거 당시 트위터에 경품을 걸고 20대 투표를 독려한 유명인사들을 선거법으로 처벌하겠다고 나서 인터넷이 들끓고 있다.

선관위가 내세우고 있는 처벌근거는 ‘투표유도죄’(선거법 230조 제1항 위반)이다.

선관위의 의지대로라면 임옥상(판화작품 1000점), 권해효(공연 '러브레터' 초대권), 박범신(소설 '은교' 10권), 안도현(시집 '연어 이야기' 30권), 김용택('그 여자네 집' 10권), 이세돌(기념사진 및 사인), 드림팩토리(이승환 10집 앨범) 등 적지 않은 인사들이 '투표를 하게 하거나 하지 아니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인 등에게 금전, 물품, 향응 등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했다고 처벌대상이 된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정치 냉소로 그동안 정치적 상황에 무관심했던 20대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낸 건 아무래도 경품 이벤트의 영향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선관위가 투표 독려했다고 처벌 운운하다니 자가당착이다.

해프닝의 진원지가 의심스러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호기로운 장담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쉽사리 뜻을 이루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개인적 이해관계 없이 투표독려 했다고 처벌한다는 것은 처벌규정을 적용할 명분부터가 불분명하다. 법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 이들을 처벌하려면 우선 문화상품권을 주겠다며 대대적으로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였던 지자체나 선관위 스스로부터 처벌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얼마 전 슬그머니 봐주고 넘어갔던 여당 여성 국회의원의 트위터 상 불법 사안의 재검토도 불가피하다.

우선 당장 네티즌들이 공정한 법 적용을 요구하며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는 마당이다. 무엇보다도 후반기 정권의 핵심지표로 기회균등과 상생의 토대 위의 공정한 사회를 표명한 대통령의 8.15 축사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과잉충성과 정치보복.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빠지지 않는 정치적 악습이다.

여당이 특별히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상을 차리는 사람들이 문제아다. 지나치게 넘쳐 탈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같은 부끄러운 행태까지도 지탄의 대상이 되어 손가락질 받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당시 야당 중진의원이었던 한 지인은 정권이 바뀌면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엄청난 보복정치의 폭풍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정치생리를 너무나 잘 아는 선견지명의 결론이었는지 모른다. 전투에서 지면 삼족을 멸하는 가문지화를 당하게 돼 있는데 그나마 숨이라도 붙어 있으면 다행인 줄 알라는 자조섞인 농담도 정치권 일각에서 떠도는 메뉴 중 하나다.

정권의 칼자루를 쥔 손에 따라 갑과 을의 입장이 바뀌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의 여당도 야당 하면서 겪었던 아픔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요즘의 여당을 보면 호된 시어머니 밑에서 고생했던 며느리가 막상 시어머니가 되면 더 혹독한 시집살이 메뉴를 들고 나온 형국이다.

나도 지난 시절 끔찍한 정치보복을 경험한 바 있지만 나 역시도 막상 상황이 되면 어떤 형태의 ‘가해자’가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습의 반복으로 화를 자초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할 일이다. 또 구차한 과육을 위해 스스로의 가치를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SNS 열풍이 사회적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 기능과 역할이 날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트위터 선거운동을 문제 삼는 건 시대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분명 문제가 있다. 문명의 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창의적 결과가 나오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걸림돌이 되면 안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바른 말과 정의가 통하는 정치를 통해서만 이룩할 수 있다.

최소한 국기를 흔들거나 거짓말이 아니라면 사상과 신념에 따른 자기소신은 어떤 상황에서고 보장돼야 마땅하다.

옆길로 새고 있는 한심한 현실이 선관위의 미래를 더 걱정하게 만든다.



투표 독려에 참여한 트위터리안 처벌을 적극 반대한다.

그들은 처벌이 아니라 賞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2010.8.2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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