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8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권력구조보다 실천에 관심을

권력구조보다 실천에 관심을

영화 ‘로마의 휴일’ 주인공으로 나오는 오드리 햅번은 영국 왕실 공주의 하루 일탈을 그려내는 깜찍한 모습으로 모든 남자의 로망이 되었다.

우리에게도 그런 공주의 존재가 있었다면 이 살벌한 정치판이 조금은 순화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한 때 그런 로맨틱한 상상력을 곁들여 ‘내각 책임제’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다. 국민적 지지를 배후로 한 왕실의 권위가 내각 정치의 방향을 순화시킬 수 있는 국가적 상징으로 작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특히 왕실의 권위가 동서남북으로 갈기갈기 찢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는 중심이 되고 국가 기관의 권력분점이 보장된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바 크다.

비록 정치적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게 되는 단점은 있지만 일당독식과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을 줄이고 내분이나 내전에 대한 걱정을 순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으로 내각제를 대안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지금의 5년 단임제는 권력의 장기집권 야욕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반영된 시대적 산물이었다. 그러나 장기집권 가능성이 불식된 현실로 볼 때 5년 담임제의 시대적 소명은 이제 그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개헌 논의 명분은 상당히 축적돼 있는 셈이다.

현실적으로도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매 정권마다 의욕을 보여 왔던 개헌 논의가 이번 정권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이번 개헌논의 과정에서 현 정권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이원집정부제는 앞서 도입한 프랑스에서도 그 부작용으로 여러 문제점들이 지목된 바 있다. 프랑스 정국의 혼란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걸 보면 그 폐해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원집정부제라는 구체적 목표에 총력을 집중하는 정권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대통령, 실세장관, 여당 지도부들이 연일 지원사격으로 열심히 개헌 분위기를 북돋고 있다. 특히 실세장관의 거침없는 행보가 인큐베이터에 있던 이원집정부제도의 출격시점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면서 전운마저 감지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가 초당파적으로 대응해야 할 통일이나 외교, 국방 문제를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게 한다는 측면에서 기대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본래 취지에 충실해서 운용의 묘만 살릴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의회정치 실현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수준으로 미루어 볼 때 강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될 개연성이 크다. 분권정치나 계파정치의 부활이나 국민주권 침해, 여론외면 정치 등의 부작용으로 민주주의의 퇴보를 가속화 시킬 위험인자들이 엄청나게 많다. 결국 외치와 내치 모두가 엉망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이 우리로 하여금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어떤 방향의 개헌이든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헌의 완성도 여부는 장점과 단점이 항존할 수 밖에 없는 여건에서 결국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그리고 공평하게 운영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개헌논의도 권력구조의 개편에 관심을 두는 방향이 아니라 삼권분립 확충방안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정부통령제도하의 4년 중임제를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개헌논의 과정에 사심을 배제하는 일이다.

특정한 인물이나 세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꼼수나 자기세력의 득세를 위해 함정을 파는 차원이라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혹여 성공한다고 한들 존립자체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학습한 바 있다.

아무리 머리좋은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빙자하여 현란한 수를 둔다 할지라도 결국은 국민에 버림받는 제도가 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가까운 과거에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전두환 정권이 내각제를 주장하다가 결국 국민 저항에 부딪혀 대통령 직선제로 바꿨고 사심에서 출발한 JP의 오랜 내각제 주장도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국민 자신도 선거가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주어진 권리를 제대로 사용해서 거시적으로 민족의 장래에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국가 권력의 멋대로 질주를 막아낼 수 있는 동력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참에 국민이 주도하는 개헌 정국을 만들어 내자.



PS:통일세 신설을 찬성한다.

그러나 통일세라는 이름은 반대한다. 자유세나 미래세 등으로 명명하고 사용처도 포괄적으로 명시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통일을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그 취지에 동감하지만 통일세라는 이름이 갖는 미묘한 뉘앙스가 본래의 취지를 탈색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 2010. 8. 18 )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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