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2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미국 박사가 능사?

미국 박사가 능사?



미국 박사만 있는 국내 국책연구기관의 편중성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대부분의 박사급 연구위원들이 미국 학위 소지자라는 사실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표적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KDI(한국개발연구원)의 경우 54명의 박사급 연구위원 중에서 50명이, 조세연구원은 30명 중 28명이, 한국금융연구원은 32명 중 30명이 미국 학위를 갖고 있었다.

미국을 추종하는 해바라기도 아닌데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항변에도 불구하고 시각의 편중성, 글로벌 지역경제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 지나친 미국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본교 출신의 진출을 제한하고 있는 하버드 대학의 인사방침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대학 당국이 하버드 박사 출신이 전체 임용의 40%를 넘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버드 의대나 로스쿨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비 하버드 출신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정도로 학문적인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풍토가 기존의 경험과 너무 달라 놀라웠다. 하버드엔 스탠포드 출신 총장이, 스탠포드엔 하버드 출신이 총장을 지내고 있었는데 사회적으로도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던 기억이 난다.

우리 국내 주요 대학들이 자기 대학 출신 임용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선진 교육 풍토가 부럽기까지 하다.



중동이나 일본의 경우 왕실 내부의 혈통을 유지하겠다는 일념으로 근친결혼을 관례화했지만 간단치 않은 후유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윤리적 측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우생학적 차원의 폐해가 만만치 않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학문 분야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비슷한 성향끼리의 무리 짓기는 조직 내 소통과 교감이 배가되는 측면은 있지만 발전적인 결과물 도출에 있어서는 바람직한 기능을 발휘하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오바마 정권은 부시 행정부에서 임명한 국방장관이 사의를 표하자 간곡하게 잔류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붙잡는 오바마와 이를 고사하는 국방장관의 모습이 얼마 전 정부기관 산하기관장들과 ‘닦달하고 버티며’ 소요를 일으키던 우리 현실을 부끄러움으로 떠올리게 했다.

통상적으로 ‘회전문 인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 싶다.

인재선택의 영역을 넓히는 포용력이야말로 실리적인 안목의 제1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우수한 집단이라고 해도 ‘정통성’만 주장하다가는 스스로의 치명적 문제점을 해결할 기회를 놓치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인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평소 좀 더 다양한 인재풀에서 생각이 다르거나 심지어 반대편 진영까지도 중요한 시점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른 바 본격적인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광의의 안목 없이는 21세기의 파고를 넘을 수없다는 절박감을 가져야 할 때다. 미국위주였던 그간의 기류가 달라지고 있는 흐름을 눈치 빠르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각국의 대미 의존도가 시시각각 낮춰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그늘에 안주하려는 안일함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다.


미국 박사가 어떤 결정적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자세히 모르지만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일부 학자들 주장대로 정 안되면 쿼터제 도입으로 국책기관의 논의가 우리 실정에 맞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다양한 인재풀을 통해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그때 그때마다 적절히 대응하자는 것.

그것만이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2010.8.21)
...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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