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4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마음의 쓰레기를 비우자

마음의 쓰레기를 비우자



무더위의 연속이다.

날씨 탓인지 요즘 들어 주변 분들의 부음을 부쩍 자주 듣게 되는 것 같다.

덕분에 상가를 찾는 일도 그만큼 빈번해졌다.

지나치게 부풀려진 장제비나 장례 절차 등으로 허례허식이 판을 치는 상가 풍경은 여전하다. 상가를 치장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백만원대에 이르는 조화 장식이나 복도에 즐비하게 늘어선 조화 행렬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그렇더라도 상가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얼굴을 접하게 되는 등 상가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덤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상가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상가에서는 다양한 소재가 대화로 거론되는데 인터넷 중독이라고 할 만큼 인터넷 서핑에 열중하고 신문 열독을 통해 세상사에 밝다고 자부하는 나조차 눈이 번쩍 뜨게 하는 내용이 많다.



오늘 다녀온 상가에서는 우리의 부끄러운 휴가문화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파가 몰리고 있는 피서지마다 쌓이는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 실태가 사못 심각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피서지라 할 부산 해운대만 해도 하루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게는 20톤, 적게는 10톤에 달한다고 하니 괜한 우려는 아닌 듯 싶다. 뿐만 아니라 피서지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향락 위주의 음주가무 역시 사회문제의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그런 형국이고 보면 입으로만 선진국민을 자처하는 꼴이어서 얼굴이 뜨거워진다는 우국충정어린 발언도 있었다. 저절로 공감이 가는 현실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서구인들의 휴가문화가 우리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지,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익히 경험한 바 있다. 그들은 그야말로 쉰다는 개념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주는 휴가를 제대로 즐길 줄 안다. 산책과 독서, 사색 등 재충전하는 시간을 통해 휴가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들의 여유로움에서 선진국의 깊은 격조를 느끼게 되고 또 그것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이어지는 경험은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주어진 휴식 공간에서는 충실히 충전의 기회를 활용할 줄 아는 그들의 정립된 가치관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절도있고 합리적인 명품의 격에 대한 선망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들의 선천적 DNA 영향 때문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국격이나 민격을 논하기로 하자면 우리가 그들에 비해 뒤떨어질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다.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릴 정도의 격조있는 선비문화의 후예들이 바로 우리 아닌가를 생각하면 말이다.



우리도 물론 일부 상류층 인사들의 경우 참으로 격조있는 그들만의 휴가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몇 사람이 품격을 갖췄다고 해서 별도로 선진 국민을 자처하는 것은 위악이다.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서 동일한 객체 중 일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전체의 격이 선진국 대열로 올라가서야 비로소 선진국민이 될 수 있는 일종의 공동운명체인 셈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활성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대중을 위한 적극적인 사회참여만큼 국격을 고양시키기에 효과적인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지도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얼마 전 박근혜 전대표가 휴가철 읽어야 할 두 권의 책(열국지와 신로마인 이야기)을 소개한 바 있는데 많은 이들이 같은 책을 찾는 모습이었다.(요즘 같은 피서철로는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독서를 하며 휴가를 보내는 건 성숙한 휴가문화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회 지도층 인사의 간단한 책 소개가 대중의 변화를 견인하는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다.

동일한 방법으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관심을 보인다면 우리의 휴가문화는 피서지에 쓰레기를 쌓아놓는 게 아니라 마음의 쓰레기를 비우고 재충전 하는 기회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자기들만의 품격을 위해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대중과 함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아무리 궁리한들 독불장군은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순응하자.



오늘도 꼬리를 물고 휴가지로 몰리는 차량대열이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더 이상 피서지의 쓰레기 문제가 우리 사회의 당면한 고민과제로 떠오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휴가문화 개선을 대한민국의 업그레이드 첫단추로 삼아보는 건 어떨지 여러분의 동참을 기대한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새로운 휴가문화 창출로 대한민국 국격을 올리는 주동자가 되도록 하자.

마음의 쓰레기를 비워서 맨얼굴로도 부끄럽지 않게 진정한 선진국민 대열에 설 수 있는 그날을 향해 다 함께 출발하는 거다.
(2010. 8. 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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