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3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희망을 쏘자

희망을 쏘자



어릴 때 나는 엉뚱하게도 연극배우를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시작된 갈망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계속됐으니 얼마나 깊이 소원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러면서도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연극배우’라고 대답한 적은 없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기억도 없다. 속내를 감히 드러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당시 집안 분위기로는 말해봤자 소용없을 것이라는 스스로의 판단에 지레 포기가 됐기 때문이었다.

요즘이야 부모들이 자녀들의 연예계 진출에 더 적극적으로 팔 걷어 부치고 나설 만큼 세상이 달라졌지만 그 때는 달랐다. 춥고 배고픈 가시밭길의 연속이고 고생문이 훤하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어느 부모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만약에 당시 분위기가 요즘 같았다면 나는 연극배우가 될 수 있었을까?



요 근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런 저런 일들을 보면서 희망을 북돋는 일과 꺾는 일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를 새삼 느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은 희망 키워드의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꼽을 만하다. 잘 살아 보자는 희망 독려로 국민들에게 열심히 일하면 가난을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고 또 결실을 거뒀다.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천년의 빈곤을 퇴치하고 우리도 잘 살수 있다고 희망을 심어준 것은 무엇보다 큰 업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우리의 새마을 운동을 벤치마킹 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반면에 대다수 젊은이들이 방황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희망과 거리가 먼 풍경들이다. 젊은이들의 희망을 꺾고 강요하는 분위기 일색이다. 봉급을 한푼도 안 쓰고 오십년을 꼬박 모아도 강남의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들고 젊은이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는 사회가 바로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희망의 메시지를 창출하지 못하는 무능한 위정자들의 안일함이 초래한 부작용에 다름 아니다. 국가의 무능이 국민의 희망을 꺾고 있는 현장인 것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이대로 계속해서 ‘희망 꺾기’가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 너무나 뻔하다.



사회건 개인이건 희망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젊은이도 마찬가지다. 젊은이가 희망을 잃으면 이미 스스로의 역량을 포기하는 것이다. 희망과 함께였다면 어떤 위기가 와도 이겨낼 수 있고 가능성을 실현해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은 더 없이 중요한 일이다. 희망을 독려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평소 생각하고 있는 ‘희망쏘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좋은 희망쏘기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만 야구나 미식축구의 치어리더처럼 희망이 꺾이지 않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희망을 쏘아올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일이 필요하다. 지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도자로 하여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독려하는 주변의 관심이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때로는 허황되게 들리는 얘기일지라도 참고 들어주는 포용력이 희망을 성사시키는 결정타가 되기도 한다.

안철수나 빌 게이츠의 성공신화를 조금 더 과장해서라도 많은 이들에게 꿈을 주는 일은 유의미하다. 현재가 됐건 미래가 됐건 사회적 공조를 통해 롤모델의 스킬을 창조해내는 상황도 배제할 필요가 없다. 롤모델의 대상이 늘어나는 것도 바람직하다. 꿈을 실현한 성공담이 같은 성공을 이루고 싶은 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롤모델을 구축하는 건 어떻게 보면 사회적 책무 중 하나일 수 있다.

돈이나 힘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적극적인 조력이 필요한 것도 아닌, 희망쏘기에 가장 필요한 사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감과 배짱이다. 자신이 꾸고 있는 꿈을 사람들이 이해 못하거나 무시해도 개의치 않을 수 있는 배짱이나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거침없이 동네의 미래도 대한민국의 미래도 건설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희망을 쏘아 올리도록 하자.



연전에 작고한 장영희 교수가 생각난다. 고통받는 사람에게도 늘 그 나름의 기쁨이 있고 그래서 살아갈 힘이 나온다며 그 자신 늘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생전의 그녀다.

그녀는 이런 식으로 희망을 말하기도 했다.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만큼 위대한 힘이다. 난 여전히 그 위대한 힘을 믿고 누가 뭐래도 희망을 크게 말하며 새봄을 기다린다."

그녀만큼 온전하게 희망을 품고 살았던 이는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녀는 갔지만 그녀가 생전에 쏘아 올리던 희망은 여전히 남아있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희망의 힘이다.

우리도 그렇게 희망을 쏘자.
(2010 . 8. 12)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