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7일 토요일

홍문종생각 - 선생 김봉두

선생 김봉두



뉴스 보기가 겁난다.

공무원의 파렴치한 행각에 관한 소식이 하루도 빠질 날이 없으니 하는 말이다.

오늘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산하기관인 한국교육과학기술부기획평가원(과기평)이 그 명맥(?)을 이어줬다.

수시로 허위 출장보고나 인쇄비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예산을 횡령해서 상급 기관인 교과부 간부에게 성상납을 포함해 수천만원 대의 향응을 제공한 기상천외한 범죄수법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고가의 룸살롱 양주, 성상납 등 유흥비로 흥청망청 탕진되거나 외유성 해외 출장비, 심지어 가족을 동반한 간부의 휴가비용으로 지출된 정황 포착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1년여 동안 횡령한 금액이 무려 5700만원이나 된다하니 어이가 없다.



게다가 교과부는 당사자의 자술서까지 확보된 공직윤리지원관실 비위사실 통보에도 불구하고 미봉책에 그친 수상한 조처로 눈총을 받고 있다.

이 사건으로 해임된 사람은 자금을 담당했던 연구원 1명에 불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연루 당사자 중 상당수가 무탈하게 현직을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여당 정책위원이나 대학 석좌교수로 잘 나가고 있었다. 특히 핵심 연루자가 과기평 징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니 부패 불감증이 만연된 공직사회의 지독한 실체 앞에서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혹시나 이번 사건이 세계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미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소지가 될까봐 걱정이다.



국가의 교육과학기술을 위해 연구하라고 내준 자리에서 공금을 횡령하고 성상납이나 벌이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 소행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도 가장 선비정신이 투철해야 할 교과부 공직자들이 말이다. 무엇보다도 국가의 근간이 된 교육을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측면에서도 그 죄가 크다.

교과부의 미온적 대처가 사태의 심각성을 확산시켰다.

어떤 형태로든 연구 용역비를 빼돌리고 그것으로 성상납이 이뤄진 게 확실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대충 문제를 덮으려고 했던 교과부의 안일함에 대해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그 정도의 범죄는 당연하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신출귀몰한 답변이나 변명에 구출됐다는 건지 그 의미는 잘 모르겠으나 교육부가 이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 일변도였던 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부패는 안된다.

중국의 국민당이 무너진 것도 부패 때문이고 필리핀 마르코스의 오래도록 견고했던 정치적 아성을 몰락시켰던 것도 부패다. 일본의 다나까라고 다를 리 없다.

반면 우리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역사적 재평가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건 경제부흥 측면이 크지만 비교적 청렴한 행적으로 부패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사소한 녹 성분이 무쇠를 녹여버리듯 부패의 독성 역시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긴장을 풀 수 없다.

방치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쉽다. 그렇게 되기 전에 막아낼 수 있어야 할 텐데 걱정이 많다.



그리고 또 한가지, 교육분야의 자율성에 대한 해 말하고 싶다. .

국회 있을 당시부터 교과부 규모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현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그 때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어서 개인적으로도 소신이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교육에 관해서는 각 학교나 연구기관의 자율성 확대에 대한 부분을 좀 더 활발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 필요성이 더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사회가 세분화 되어 갈수록 중앙정부의 방만한 통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도 이 참에 ‘자율의 효율성’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게 좋을 듯 싶다.




이번 사건이 얼마 전 EBS에서 본 영화 ‘선생 김봉두’를 떠올리게 한다.

오래 전 개봉돼 호평을 받은 영화인데 뇌물에만 관심있던 부패 교사가 깡촌으로 좌천돼 그곳의 순진무구한 주민들과 어울리면서 참된 교사로 거듭난다는 내용이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충격적이다. 공직자 공금횡령에 매춘스캔들까지 포함된 부패종합선물 셋트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속 김봉두 선생은 개과천선해서 그야말로 새나라의 교사로 거듭나는 해피앤딩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걱정이다.

관계당국은 더 이상 눈치보지 말고 여론의 질타가 더 매서워지기 전에 자발적으로 관련자를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대충 이러다 말겠지 요행수를 바라다간 큰 코 다치는 수가 많다는 것을 앞서의 여러 경험들로 학습했을 것이다.



더 이상 같은 분노와 수치스러움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국민 좀 생각해 주시압.


(2010.8.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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