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9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아프리카

아프리카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유난한 감회로 다가왔을 것이다.

착취와 억압으로 아프리카를 울렸던 서방세계를 모두 불러들여 안방에서 잔치를 벌인 셈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개최되는 한 달여 동안, 오랜 시간을 착취와 억압의 굴레 속에서 유린당했던 뼈아픈 과거사를 떠올리면서 아프리카 사람들의 기분이 어땠을까 싶다.

그리고 그 l주일 뒤에는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철폐 투쟁의 구심점이었던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의 92세 생일잔치가 있었다.

전 세계가 이 ‘살아있는 성자’의 생일을 축하했다.

작년부터 만델라의 생일을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Nelson Mandela International Day)'로 정한 유엔은 올해 그 첫해를 맞아 축구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만델라 재단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67분' 동안 봉사할 것을 촉구했다. '67'이라는 숫자는 만델라가 1942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입당한 이후 인권운동에 헌신해 온 기간을 의미한다. 봉사 활동 확산을 위해 영화에서 만델라 역을 맡았던 미국 배우 모건 프리먼 등 유명 인사들이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까지 오토바이로 행진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기도 했다.



독립 50주년의 아프리카가 뜨고 있다.

명실상부한 지구촌의 21세기 경제성장 동력으로 자리를 굳히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인류문명의 발생지였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본격적인 용틀임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세계가 목도했던 월드컵 주최국으로서의 단단한 면모는 우연이 아니다.

이제 아프리카를 무지와 가난, 에이즈, 분쟁으로 피폐해진 죽음의 땅으로 기억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검은 대륙을 향한 지구촌의 뜨거운 구애가 연일 줄을 잇는 형국이다. 거액의 차관과 원조를 앞세워 아프리카와의 스킨십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9억 인구의 아프리카는 무궁무진한 수요가 예견되는 여전히 ‘수줍은’ 미래의 소비시장이다. 석유·가스·희귀 금속 등의 천연자원과 관광자원의 보고라는 점도 아프리카의 기대치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거대한 규모의 자원들이 개발의 손길이 미처 닿지 않은 곳 투성이라는 매력이 전 세계의 발길을 아프리카로, 아프리카로 끌어들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저마다 젯밥에 흑심을 두고 있는 형국이지만 아프리카로선 꽃놀이패임에 틀림없다.



얼마 전 아프리카 독립 50주년을 기념해 케냐와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46개국에서 100여명의 기업가와 NGO활동가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오바마는 ‘아프리카의 미래’를 역설한 바 있다.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사전 포석을 두는 의도가 역력하다.

중국 역시 아프리카 공들이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아프리카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중국- 아프리카 포럼회의를 베이징에서 개최하고 아프리카 대륙 53개 국가 정상을 모두 초청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정부가 아프리카간의 무역관계를 얼마나 중요시 하고 있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못지 않은 선견지명으로 일찌감치 아프리카에 터를 잡은 일본의 공세 역시 만만치 않은 내공을 보이고 있다. 사업확장에 나선 민간기업의 공격적 투자가 도로 및 원자로 건설, 자동차 생산, 식품 판매 등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거의 전쟁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는 아프리카 쟁탈전(?) 속에서 지금 우리는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겨우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남들 다 지나간 뒤에 뒷북이나 치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주경쟁은 기술력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아프리카 경쟁구도에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적극적인 관심을 투자한다면 얼마든지 역할 할만한 콘텐츠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공업이나 중공업 분야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현지 투자와 함께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우리 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접근법을 연구해 보자.



PS, 아, 이 글을 마무리하려는 시점에 삼성전자가 10일 유네스코한국위원회ㆍ한국국제협력단과 아프리카 풀뿌리교육 발전사업인 '브릿지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실행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남아공, 레소토, 르완다, 말라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5개국의 15개 지역에 한국의 청년지역활동가 15명을 파견해 문맹퇴치 및 지역개발 사업을 돕는 프로그램인데 한국국제협력단이 올해 처음 시행하는 민관협력사업(PPP)의 하나라고 한다. (2010. 8. 9 )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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