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5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김연아에게

김연아에게



김연아와 오서 코치가 서로를 결별의 원인제공자로 지목하며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결별 배경과 관련 김연아 어머니에게 섭섭함을 토로한 오서 코치의 인터뷰에 발끈한 김연아가 가세하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김연아는 자신의 트위터나 미니홈피를 통해 ‘거짓말하지 말라’며 오서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사제지간의 각별함을 보이던 모습을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이들의 환상적인 하모니는 이미 국제적으로 명성을 날린 바 있다. 서로를 의지하고 신뢰하던 이들의 관계는 모든 매체가 열광하며 보도할 만큼 애틋하고 각별했다. 김연아가 ‘무릎팍 도사’에 나와 오서의 헌신을 전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랬던 그들이 결별과정에서 거의 막장 분위기로 서로를 탓하고 있는 것이다.



회자정리라고 했다.

인간의 모든 만남에는 반드시 이별이 따르기 마련이다. 삶의 과정에서 진행되는 선택적 영역이 될 수도 있고 죽음 앞에서 불가피하게 순응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인간관계의 진면목은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 그것도 좋게 헤어질 때보다 나쁘게 헤어질 때 나타난다.

그런 측면에서 김연아와 오서간의 결별 과정은 아쉬움이 크다. 여러 면에서 이번 싸움으로 김연아가 얻을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것 같다. 특히 김연아의 직접 대응은 우려스럽다.

물론 그럴 만한 저간의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김연아의 직접적인 공세는 김연아 본인은 물론 이제 막 빙상왕국의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오늘 날의 김연아가 있기까지 오서 코치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연아와 오서는 최소한 4년 이상 호흡을 맞춰 ‘세계 정상’ 타이틀을 결과물로 만들어 낸 사이다. 무엇보다도 그냥 단순한 사이가 아니라 사제지간으로 통하고 있다.

그런 만큼 날 선 공격으로 오서를 밀어붙이는 김연아를 지켜보는 심정은 조마조마하다.

김연아의 어머니를 공격하면서도 제자의 미래를 축원한 오서와 비교돼 자칫 성공한 뒤 막말로 갚는 배은망덕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노파심 때문이다.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밝혀진 바는 없다.

잔인한 추론일지는 모르지만 이번 소동이 혹시 지나친 모정이 문제가 된 건 아닐까 싶다.

세계적인 골프 선수 성장한 박세리, 신지애에게는 딸을 위해 헌신을 다한 눈물겨운 부성애가 있다. 부모의 헌신보다 더 큰 동력이 없음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남는다.

김연아 어머니가 딸을 위해 헌신한 과정은 이미 널리 알려진 그대로다. 김연아의 어머니로는 흠잡을 데 없는 그녀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모성애라고 해도 피겨여왕 김연아 코치역량까지 담보되는 건 아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김연아의 빙상계 위상이 커질수록 어머니의 기능과 역할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 현실을 직시하고 순응해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 어느 수준까지는 부모가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세계적인 선수가 된 다음부터는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이 필요한 현실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걱정은 김연아 글의 여파다.

김연아는 지난 4년 동안 오서와의 사이에 수많은 문제들이 있었다는 뉘앙스의 글로 오서를 공격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정상에 오르게 된 이후 그 불만을 털어놓게 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오랜 커플의 갑작스러운 갈등국면에 혼란을 느낄 팬들에 대한 배려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사는 선수로서의 의무다. 자기들만의 일이니까 밝힐 필요가 없다는 식의 대응은 오만하다는 새로운 불씨를 자초할 수 있다.

이번 갈등 국면이 정상에 올라있는 김연아를 겨누는 세력에게 호재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분명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이었다. 차라리 허심탄회한 대화로 결별 수순을 밟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오서를 직접 만나 그동안의 서운함을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는 식으로 조용히 둘의 관계를 아름답게 마무리 지었다면 이렇게 진흙탕싸움으로까지 확대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상을 쟁취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정상을 지키는 일이고 또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상의 김연아를 둘러싸고 터져나오는 불협화음이 걱정스럽다.

진작부터 김연아의 지나친 광고 노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터다. 지나친 상품화로 정상의 스타가 그 빛을 잃게 될까 우려하는 팬들의 걱정이다.

우리에게 있어 문제는 스타 부재현상이 아니다. 그나마 육성된 스타를 잘 보호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김연아의 그 좋은 이미지가 상처를 입지 않은 채로 온전하길 바란다.

영원히 온 국민, 아니 온 세계인의 뇌리 속에 불멸의 김연아로 남았으면 하는 아쉬움에 몇 자 적었다..



(2010. 8. 2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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