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투캅스; 이야기

'투캅스' 이야기



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이 능청스런 명품 연기로 콤비를 이뤘던 ‘투캅스’는 재미있게 봤던 영화 중 하나다. 그런데 오늘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만난,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맹활약(?) 중인 ‘투캅스’들은 씁쓸함을 남긴다.

경찰과 불법업소 주인 사이의 먹이사슬로 얽힌 뒷거래에 관한 사건인데 발단은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세금 43억여만원을 포탈하고 미성년자를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한 죄로 업주가 구속되면서부터다. 이런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10여 년간 경찰의 단속대상이 되지 않은 사실이 불거지면서 무려 66명의 경찰이 관련 혐의로 감찰 조사를 받은 것이다.

그 결과 6명의 경찰이 해임되거나 파면되고 33명이 감봉 또는 견책조치 됐는데 이마저도 ‘제식구 감싸기’라는 질타를 받고 있으니 경찰 체면이 말이 아닌 상황이다.



불법을 단속해야 할 경찰이 문제 업소와 결탁해 뒤를 봐주는 ‘유착형 비리’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사행성 게임장 업소를 대상으로 단속 부서 요원들이 업주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단속 정보를 사전에 유출시키는 방법으로 보호하는 정도는 새삼 놀랄 일도 아닐 정도고 심지어 폭력조직이 운영하는 안마시술소에서 금품을 받아온 경찰이 성매매 신고자의 신원을 유출시켜 보복폭행을 당하게 하는 일까지 있으니 그 치부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할 만하다.

문제는 이처럼 망가진 경찰조직이 우리사회의 원천적 자본이랄 수 있는 신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이다. 실제로 우리의 신뢰지수는 크게 나빠져 있는 상황이다.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 Survey) 결과 한국인은 10명 중 3명만이 남을 믿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신뢰지수가 가장 높은 스웨덴(6.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중국(5.2명), 베트남(5.2명)보다도 낮은 수치다.

우리 사회의 불신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해져 있는지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부패경찰의 타락상에 대한 사회적 지탄은 상상 이상이다.(그 중에 묵묵히 자기 본분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없는 건 아니다) 이래놓고 무슨 수사권 독립을 얘기하고 있느냐는 개탄의 목소리 앞에서 자신들을 위한 항변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국회에서 행정자치위원회 활동을 통해 경찰 업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3D직종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불분명한 출퇴근 시스템이나 머리와 몸을 동시에 쓰면서 받는 스트래스 등을 생각한다면 너무나 힘든 직업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경찰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경찰을 적극 옹호하는 親경찰론자였던 내가 오늘만큼은 그들을 변명해 줄 아무 말도 찾을 수 없었다. 나 자신의 치부를 들킨 것 처럼 부끄러웠다.



그러나 타락했기 때문에 권한을 축소하거나 박탈하는 식의 대응은 적절한 해법이 아니라고 본다.

개선의 여지없이 외면한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운자식 떡하나 더 주는 심정으로 더 적극적인 관심과 자극으로 경찰의 환골탈태를 유도하는 게 민주시민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그런 관점에서 평소 경찰조직을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지고 있는 개인적 소신을 피력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경찰의 분권화와 봉급 인상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업무량에 비해 지나치게 미흡한 박봉이 부패에 둔감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처우개선으로 경찰의 사기가 진작된다면 업무에 대한 자긍심이 부패의 자정지수를 높이게 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다음 관건은 자치경찰제 도입과 시행이다.

어떤 제도에서도 10%의 부패는 불가피할 지 모른다. 자치경찰제가 조직의 부패를 축소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 효과가 크다고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자치경찰제 도입이 경찰조직의 대민 서비스에 대한 의식구조를 바꿔주고 그 질을 높일 수 있는 보완책의 일환으로는 활용 가치가 크다고 보기 때문에 자치경찰제 정착을 주장하는 바이다.

반면에 경찰대학은 한시라도 빨리 폐지돼야 한다는 쪽이다. 특히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일상화 되어있는 우리의 사회적 구조에서는 경찰대학의 독식현상이 바람직하지 않게 보이는 건 사실이다. 구성원끼리의 긍정적인 경쟁구도를 위해서도 경찰대학 제도는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경찰의 제한적인 수사권도 걸림돌이다. 독과점 방지 차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이번 기회에 ‘수사권 이양’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되었으면 좋겠다. 검찰과 경찰, 고비처 등의 조직이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구도가 돼야 사정 기능도 강화할 수 있고 대국민 서비스의 질도 개선될 수 있다.

견제와 협력을 통한 책임과 의무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콤비 플레이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낙관이려나?



당분간 국민의 뇌리 속에 박힌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일부 경찰에 해당되겠지만 국민에게 준 상처는 정말로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온전하게 치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를 해소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은 이어져야 한다. 각오와 결기의 중무장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경찰 스스로 해결해내야 할 몫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인 본연의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부디 기대한다.
(2010. 8. 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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