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2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살자', 그리고 '낳자'

'살자', 그리고 '낳자'



세계적인 국내 재벌가 3세의 자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던 날 고등학생과 중학생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인기 절정을 달리던 박용하의 자살도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이것이 자고나면 새로운 자살 소식이 울렁증을 일으키게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한해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만 2,858명, 하루 평균 35명, 40분마다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통계치가 있다.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자살률 감소를 보이는 OECD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만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저런 위치에서 자살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던 이들이 자의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절대로 선택할 수 없는 몹쓸 횡포다.

배우자, 자녀, 부모, 가족, 친구, 이웃, 동료 등 자살자의 주위 사람들이 겪는 후유증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양상이다. 두통, 불안, 긴장, 피로, 기분변화, 수면장애, 집중곤란, 분리와 소외감 등에 시달리는 것은 기본이다. 한 사람의 자살로 6명의 주변인이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얼마 전 누나의 뒤를 이어 자살한 배우 최진영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엄청난 상실감과 자살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유가족 자신이 극단적 선택으로 치닫게 되는 경우까지 있다.

자살률 최고의 불명예 낙인이 찍힌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일이 참으로 불행한 것 같다.



아이 키우기가 두려워서 아이들을 낳지 않는다고들 한다.

실제로 저출산 현상이 한국 사회에서 자살 못지 않게 심각한 '발등의 불'이 된 지 오래다.

1인당 평균 출산율이 1.15(2009년 기준)에 불과하니 오죽 할까 싶다.

2009년 한국사회 동향보고서에서도 급격한 출산 저하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이 경고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구 감소가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는 현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현재의 30대를 국가 경제기반의 중추세대로 봤을 때 이들이 노인세대가 되는 30년 후 이를 대체할 노동인력이 부재하다는 게 문제다. 저출산이 초래한 인구의 역피라미드 현상이 경제성장 동력 악화와 경제 불황 수순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등 사회적 안전망까지도 위협받게 된다. 우선 당장 의료비 지출이 국내총생산의 10%를 넘어서는 2043년부터는 국민연금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와 있는 판이다.

저출산 문제가 노동력이 국가의 존립기반이라는 원칙에서부터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자살이나 저출산이나 개인의 선택 영역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사회적인 여파나 그 폐해를 생각한다면 개인적인 만족 여부에 국한될 문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극도의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할 일이다. 가족과 이웃 더 나아가 국가와 민족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출산은 우리가 받은 그대로를 후대를 위해 물려주는 의무 이행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다. 부모님의 출산 결정이 오늘 날 우리를 존재하게 한 것처럼 우리 역시 후대를 위해 출산의 수고를 감내해야 할 강제적 조항으로 해석돼야 한다.

아홉, 열 자식을 두고도 늘 넉넉한 웃음을 잃지 않았던 우리의 윗세대를 생각하면서 즐겁고 기꺼운 마음으로 부모가 되자. 그리고 죽을 힘으로 한 번 살아보자.

그렇게 우리 힘으로 우울증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해내 보자.


(2010. 8. 1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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