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9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개각

개각



집권 후반기 진용이 드러난 휴일 개각이 화제다.

총리를 비롯한 장관급 10여명이 교체된 최대 규모인 만큼 국민적 관심사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정치권에 몸담고 있으면서 여러 번에 걸쳐 개각 과정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모두를 흡족하게 만들었던 개각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역대 개각 때마다 정치총리니 대독총리, 무마용, 구색용 등 총리 장관직에 대한 각종 별칭과 이런 저런 구설이 따라붙는 현상을 통상적인 관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임기를 마친 총리 장관들 중에서도 통치권자의 당초 임명 의도를 충족시킬만한 업적을 남긴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를 돌아보면 딱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없다.




역할의 중요성 때문이라도 내각 구성원의 면면을 결정하는 인선작업은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임시방편이나 논공행상, 코드인사 식의 측면으로 접근하는 인사는 분명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주 교체되는 우리와 달리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는 부처 장관이 많은 미국이 부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대통령과 장관이 함께 나서서 지속적인 정치적 아젠다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서 미국을 지탱하는 힘의 근원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최소한 자신들이 동의한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 당국의 끈질긴 열정에 국민들이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반면 파리목숨에 비교되는 우리 정부 각료의 임기 현실로는 자기 소신을 편다는 자체가 언감생심이다. 총리나 장관들이 개인적 소신보다 자리보전이나 보신 정책에 연연해하다가 대통령 신망도 국민 기대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도중하차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일쑤였다. 국민들에게 일시적인 전시효과나 눈에 보이는 단기적 성과에 급급했다는 질책을 피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 모른다.

모두에게 불행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정관의 치'로 그 업적을 길이 숭상받고 있는 중국 당나라 태종의 성공기가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중에서 특히 당태종과 그의 부인 장손 황후, 명재상 위징 등의 상관관계를 좀 더 유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당나라의 융성은 당태종 혼자의 힘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태종에게 쓴소리로 충언을 아끼지 않는 위징과 남편이 위징의 충언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혜롭게 내조한 장손황후의 공로를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적진의 책사 위징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를 중용하는 과감한 인사를 단행하거나 부인의 충고를 흘려듣지 않은 당태종 자신의 결단력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의미로 보면 당나라의 번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충언을 계속한 위징이나 귀에 거슬리는 위징의 쓴 소리를 모두 수용해서 국정에 반영할 줄 알았던 태종의 만남이 이뤄낸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왕에 결정된 개각 내용에 대한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에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이번 내각만큼은 대통령과 국정 후반을 책임지고 임기를 같이하는 붙박이 내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으면 싶다. 당나라의 태종과 위징의 관계처럼 이번 개각이 성군과 충신의 결합물로 흡족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대통령과 각료들이 정치철학과 정치적 신념을 공유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서로간의 소통이 어렵지 않는 동반자 관계로 국정 운영이 진행됐으면 좋겠다.

또한 각료 개개인에게도 소신껏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주문하는 바이다. 임기를 마치고 난 이후 국민 모두가 그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각료로 남겠다는 목표치를 세우면 어떨까 싶다.

이번 직책을 개인적인 정치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하기보다 마지막 경력이라는 생각으로 열과 성을 다하는 각오로 임한다면 정권의 성공에 크게 기여하는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왕이면 명품 인선으로 채워진 출발이었으면 싶다.

이번 내각이 정권을 향한 국민의 신망이 넘칠 수 있도록 대통령과 국민사이를 제대로 이어가는 가교 역할을 잘 해낼 수 있기 바란다. 그래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국민적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총리와 장관의 면면을 자랑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국민도 행복해질 수 있다.
(2010. 8.8)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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