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4일 토요일

홍문종생각-선거전략을 위한 조언 하나

선거전략을 위한 조언 하나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삶의 요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은 돈, 막강한 권력, 건강한 신체, 뛰어난 용모 등을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주요 조건으로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들 조건을 제치고 ‘원만한 인간관계’가 인간을 행복하게 해 주는 첫 번째 조건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들이 모여 다섯 항목의 만족도 지표와 기쁨과 비참함 사이를 일곱단계로 구분한 기준표를 사용하여 행복의 본질을 측정한 결과치인 만큼 힘이 실리는 학문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태어날 때 부모와의 관계를 시작으로 형제자매, 친척, 이웃, 사회, 국가로 넓혀지는 인간의 사회적 관계망과 그 속에서 사회적 동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돼 있는 인간의 본질과 무관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중국사회에서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고 있는 ‘꽌시’(關係) 문화 역시 원만한 인간관계의 가치를 인식시켜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꽌시는 '關係'의 중국식 발음으로 중국 사회에서 공존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일종의 ‘인맥’을 의미하며 개인의 영역과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로는 법률보다 우위를 점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인의 92.4%가 꽌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71. 7%가 문제해결과 이익도모에 꽌시를 활용한다는 통계치가 있다. 일단 ’꽌시‘가 성립되면 친척, 동향, 동창, 동료는 물론 심지어 동성(同姓)으로까지 인정되는 정도의 ’지위‘가 부여된다. ('꽌시‘에 대한 여러 측면의 평가가 존재하고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극진한 배려와 진실을 기초로 해서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고 본다)

인간관계의 영향력이 가장 극명한 이해관계로 드러나는 건 아무래도 선거판이지 싶다.
각 정당의 지방선거 후보 공천작업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쟁 당사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꽌시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예외없이 ‘인간관계’의 역학이 작용하는 현장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드는 생각이다. 공천이 정당 내부의 인간관계의 산물이었다면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본선에서는 지역 유권자와의 ‘인간관계’가 당락을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흔히들 정치판에서는 영원한 적도 없고 동지도 없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이다. 도저히 함께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정치적 ‘동반자’가 되어 유권자 설득에 나서는 모습을 보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실제로 대통령 선거가 됐건 지방선거가 됐건 선거 규모와 상관없이 예측불허의 이합집산식 ‘세규합’이 비일비재하다는 건 지나간 정치 현실을 통해 익히 경험한 바다.
선거철이 되면 또 다른 의미의 ‘인간 짝짓기’가 성행하는 것도 ‘인간관계’가 선거의 승패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아무리 장점이 많은 후보라도 많은 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다. 후보들이 촌각을 다투는 선거기간 동안 지역유권자와의 관계에 주력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선거전에 활용할 수 있는 인간관계 유형에 대해 관전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정치경험을 녹여 한마디 거들어볼까 한다.

짝짓기의 유형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조합은 누가 뭐라고 해도 찰떡궁합 관계의 짝짓기라고 할 수 있다. 서로 간의 신뢰가 결속력을 가속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선거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결합이 될 수 있다.
여러 대상 중에서 가장 나은 파트너를 선택해서 이뤄지는 짝짓기도 있다. 이 경우 더 좋은 조건이나 상대가 생기면 언제든지 파기될 수 있기 때문에 일시적이고 가변적이라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상대를 선택하는데 있어 과장된 평가나 착각이 최상의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민스러운 선택이 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가 되고 적의 친구는 나의 적이 되거나 적의 적이 나의 친구가 되는 관계 설정도 선거판 짝짓기 유형 중 하나다. 가장 단순명료한 판단을 전제로 하는 이 유형을 주위에서 생각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걸 보면 ‘관계등식’을 심각하게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을 통해 일회성에 그친 단순한 동기 하나만으로도 오랫동안 끈끈한 결속력을 보이는 ‘관계’도 있다. 고등학교 때 그룹끼리 졸업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못해 외톨이가 된 6,7명이 모여 사진을 찍었는데 그 때 사진을 함께 찍은 의미만으로 30년 세월이 지나도록 우정을 존속시키고 있는 경우를 봤다. 그 배경에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속성이 작용됐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지나친 독자성으로 인해 어느 누구와 조합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유대를 맺고 함께 혹은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독자적인 변수로 존재할 수 있음의 확인인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 중 상당수가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상당부분 축약되긴 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언급한 인간관계의 유형은 무슨 위대한 철학자나 사상가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기보다 내 일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쓴)굳이 동기를 부연하자면 지금부터 고독한 레이스에 들어선 선거 출마자들에 대한 애정의 발로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그런 만큼 각 후보들에게 있어 이 인간관계의 정리가 -어느 유형을 자신의 선거전에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참고자료로 삼을 정도의 가치로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생각해 보면 선거처럼 엉뚱하고 재미있는 과정이 속출되는 인간 행위는 별로 많지 않다.
어떤 면에 있어서는 도박보다 더 예측불가능하고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마약보다 더 흥미롭고 섹스보다 더 달콤한 인생훈련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선거에서의 최고의 선은 당선밖에 없다.
......
부디 건투를 빈다.

PS: 맨 처음 언급해야 하는데 사족처럼 밝히고 싶은 말이 있다.
인간관계의 유형에서 ‘이성’간의 조합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율성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은 유보했다는 사실이다.
(2010. 4.24)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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