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5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그럼에도 봄은 온다

그럼에도 봄은 온다



때 늦은 꽃샘추위에 어깨를 움츠리게 되는 요즈음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제법 매운 맛이다. 4월 중순에 눈발이 날리거나 얼음이 어는 영하권 날씨가 되기는 몇 십 년 만에 처음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그렇더라도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꽃샘추위가 소생하는 봄기운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승을 부릴수록 우리 곁에 더 가까이 와 있는 봄의 존재를 인식하게 해 주는 전령의 임무를 충실하게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얼어붙은 산야를 보면서 봄이 언제 올까 근심할 것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어떤 위세도 서서히 깨어나는 봄의 소생을 막을 수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봄이 오고 있지만 이를 가장 못 믿고 불안해하는 존재는 인간 밖에 없는 것 같다.

긴 겨울 동안 동면에 들어갔던 동물들이 채근하지 않아도 스스로 잠에서 깨어나고, 잿빛으로 널브러져 있던 초목이 연초록의 움으로 새 생명으로 틔우느라 분주한 것도 모두가 봄의 소생을 신뢰하기 때문이리라.

반면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자연 위에 군림하려는 어리석은 음모에 빠져있는 게 아닌가 싶다. 스스로가 자연의 법칙을 능가할 수 있는 존재라도 된 양 계절의 순리를 저버리고 사는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다.



흔히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십년을 채 넘기지 못한 승자의 기록을 숱하게 만나게 된다. 그것도 길어야 10년이고 대게는 2,3년을 넘기지 못하고 단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3일 천하에 그친 역사 기록도 존재한다.

3년만 지나면 레임덕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는 역대 대통령의 육성 고백이나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왕조시절에도 화무십일홍의 아쉬움을 달래는 회한이 있었다.

역사가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망각의 속성 때문인지 거듭되는 역사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주 착각에 빠진다. 그 덕분에 천년만년 권력을 손에 쥐고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는 자가당착 때문에 멀쩡한 사람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소리없이 사라진다.

참으로 불행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꽃샘 추위에 봄 기운이 한층 더 선명해진 느낌이다.

이상화 시인은 일제 강점 당시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며 나라잃은 암울한 현실을 비관했었다.

오늘 그의 질문을 다시 받게 된다면 누구든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빼앗긴 들에도 분명 봄은 오게 돼 있습니다’라고.



ps: ...그럼에도 봄은 온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묵묵한 자연의 순리를 통해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됐으면 좋겠다.

행동에 옮기기 전에 좀 더 성숙하고 신중하게 심사숙고 할 수 있었으면.
(2010.2.15)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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