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1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스폰서 검찰

스폰서 검찰



때 아닌 ‘스폰서’ 논란이 대한민국 최대의 막강 파워조직인 검찰청의 검사들의 혼을 빼놓고 있다.

비난과 조롱과 분노로 뒤엉킨 국민 여론이 폭포수처럼 검찰을 향해 쏟아지고 있으니 왜 아니겠는가.

검찰 주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촌지와 향응, 심지어 성 접대에 이르기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접대문화의 어두운 관행이 구체적인 제보와 치밀한 취재과정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 조직의 심각한 ‘부패현황’이 안방으로 정밀하게 중계되면서 물론 타성에 젖어 불감증에 빠져버린 검사들의 개념없는 행태도 여과없이 노출됐다.

덕분에 검찰의 체모는 말이 아니게 됐다. 정말로 쥐구명이라도 찾아들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25년간 검사들을 후원해왔다는 한 건설업자의 전방위적인 폭로가 공중파 방송을 탄 이후의 풍경들이다.



악어와 악어새 같은 검사와 스폰서의 어두운 역사로 사회적 파장이 일게 된 건 처음있는 일이 아니다. 갖가지 유형의 법조계 비리혐의로 세간에 각인된 사건만 해도 적지 않다.

지난해 6월 유력한 선배, 동기들을 제치고 검찰 총장 후보로 발탁됐던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을 낙마시킨 것도 스폰서와의 부적절한 관계였다. 사업가와의 돈거래나 동반여행 등에 얽힌 의혹이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검사가 과연 어떤 존재인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통과한 명실상부한 최고의 두뇌집단에 속하는 절대 권력체다. 특히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얼기설기 엮이는 혼맥, 인맥, 혈맥 등의 영향력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런 검사들이 그것도 고위급 검사들 까지 줄줄이 건설업자의 향응에 코가 꿰어 차마 보기 민망한 상황에 놓인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부패하게 되면 나라의 존립근거가 흔들릴 만큼 위험해진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이번 사건으로 검찰은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경원시 당하고 있다. 설사 그렇다 한들 할 말도 없을 것이다. . 존경은커녕 실오라기만큼의 믿음마저도 냉랭한 눈길 속에 얼어붙어 버렸으니 오죽할까 싶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총체적인 진단을 내놓을 만큼 잘 알고 있는 건 아니다.

분명한 건 엘리트 집단일수록 청렴함이 전제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그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검찰이 얻을 수 있는 신뢰지수는 몇 점이나 될까 싶다. 모르긴 몰라도 그다지 후한 평점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생각이다.

타락의 조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청렴의 기준을 세울 수 있는 미국은 그나마 저력있는 국가다. 매사 자본 논리에 맞춰 돌아가는 제도적 단점을 뺀다면 그런대로 깨끗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국사회의 가능성을 보게 된다.

반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집단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우리의 현실은 답답함 그 자체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 기관의 타락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와 불안을 낳고 있다.

외부인사가 주도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검찰의 발 빠른 진상 규명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전 사건 당시 ‘제식구 감싸기’에 그쳤던 검찰의 전력(?)이 자초한 결과다. .

오히려 이번에도 변죽만 올리고 그칠 수도 있다며 특검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기 문제를 안고 있는 검찰에게 과연 타인을 정죄할 수 있는 기능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검찰로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의 검사 임용제도를 연구해 보면 어떨까 싶다. 사시를 패스하고도 일정 기간 동안 숙련된 과정을 통해 자질을 향상시킨 후 검사에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대신에 기존보다 훨씬 더 나은 대우와 명예로 보상해 준다면 검사의 질적 향상은 물론 우리나라 법조계에도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거나 (현재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민배심원제도 확대를 고려해 보는 것도 처방이 될 수 있다.

특히 검사들의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을 적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모쪼록 검찰이 이번 시련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검찰도 검찰이지만 대한민국 운명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깨끗하고 새로운 기운으로 21세기를 주도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리더로 새겨질 수 있기를 바란다
.(2010.4.22)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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