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8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항구적 일등을 위해

항구적 일등을 위해



명실상부한 세계 일등 브랜드 삼성전자의 위상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매출액 34조원, 영업이익 4조3천억의 최대 실적을 자랑하는 삼성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기업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 삼성전자 근로 현장에서 근로자 수 십 명이 죽을 병을 얻었다며 아우성인데 정작 기업은 자기네와 무관한 이야기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에도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23세 여성 근로자 박지연씨 사연이 알려져 논란을 증폭시켰다.

삼성전자 측에서 박씨의 죽음에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22명의 근로자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 림프종 등 조혈계 암으로 투병중이고 이 중 8명의 근로자가 같은 경로를 거쳐 사망한 상태다.

근로자 측의 산업재해 인정 요구에 대해 삼성 측은 단 한건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의 오늘에서 오래 전 미국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미국에서 생활할 당시는 팍스아메리카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곳의 부자들이 사회보장제도를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던 상황을 목격한 적이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결국 ‘일하지 않는’ 미국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자칫 나라를 무너뜨리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었다.

그 때 보기에도 지나치게 낭비적인 시스템 운영이 문제였다. 사회보장 구축에 필요한 비용보다 이를 집행하는 시스템 가동에 더 많은 인력과 재화를 필요로 하는 기형적 구조가 문제시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들이 미국의 제국주의를 만들기도 했지만 앞으로 국제사회가 이른 바 미국의 경제력 침탈 구조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시작하면 머잖아 미국의 지위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삼성 입장에서 아직은 효율성과 경제성이 직원들의 후생복지보다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점점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노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측면에서는 노동자의 권익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속 구성원들과 일등이라는 자부심을 공유하지 못하는 일등 브랜드는 본말이 전도됐다고 본다. 아무리 큰 돈을 벌어들이는 부자 기업이라고 해도 근로자의 목숨을 담보로 이뤄진 ‘부’라면 정당성을 얻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극히 제한적인 분량이라도 산업재해의 가능성이 예상된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만큼 좀 더 철저하고 확실한 회사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리더십을 얘기할 때 마다 구성원들의 참여의지를 최대한도로 높일 수 있는 리더십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해왔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로 삼성 역시 오늘의 지속적인 성공이 소속된 모든 근로자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노력 여하에 달려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세계 10대 강국 진입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를 리드하는 위치로 자리매김 되기 위해서는 남한은 물론 북한에 이르기까지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시급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이 근로자와의 갈등국면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해야 하는 이유와 같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요즈음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현장의 재해 현황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그만큼 고조돼 있는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근로자 사망 사건으로 행여 그 위상을 해치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돌아가는 여론을 보면 소외되고 어려운 계층의 강요된 희생을 통한 ‘축적’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오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이 부디 해묵은 노사갈등의 난제를 잘 풀어내서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경영사례를 남겨주었으면 싶다. 그렇게 항구적으로 일등 자리를 보존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오늘 날 미국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2010. 4. 19)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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