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3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선거와 공천

선거와 공천



그 옛날 이만섭 국회의장이 말했었다. 공천이나 선거에서 떨어지거나 당적을 옮겨본 경험도 없이 정치를 잘 할 수 있다는 건 순전히 거짓말이라고. 그 말에 당시 승승장구하던 의원들이 수근수근 하기도 하고 머쓱해 하던 기억이 난다.

그의 ‘정치론’은 초선의원으로 정치 초년병에 불과했던 내가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섭렵한 정치 대선배가 주장하는 ‘지론’이었기에 방점을 찍지 않을 수 없었을 뿐이다.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기록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 때의 상황이 상세히 적혀 있는 걸 보니 나의 관심을 끌었던 건 사실이다) 어쨌든 그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그 때의 참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무르익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마다 지역 후보를 선출하는 공천심사위원회의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또 공천 결과가 나올 때마다 공천자와 낙천자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정황이다.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누군가를 선택해야하는 일은 대상자의 장점에 주목하는 개인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나조차도 지독한 외로움을 남기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A는 이래서 좋고 B는 저래서 좋다는 식의 딜레마 때문에 A와 B의 우열을 가리기란 실질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심위원장을 비롯한 공천심사에 관여한 경험자로서, 공천과정은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처럼 원천적으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대상을 상대로 한 ‘억지 서열’ 결정에 불과하다고 본다.

실상 공천에 탈락한 사람이 공천에 탈락하지 않은 사람보다 부족한 점이 노출돼 공천되지 않은 건 아니다. 정말 비교가 안될 만큼 자질이 월등하다는 등의 이유보다는 어쩌다보니 누군가는 탈락하고 누군가는 선택되는 과정에 불과했음을 고백한다. 비단 선거에서의 공천 과정 뿐 아니라 입사시험에서 낙방이나 맞선에서 퇴짜 맞는 것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지금 공천에서 떨어진 수많은 사람들의 심정이 헤아려진다.

모르긴 몰라도 분노와 낙담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듯한 좌절감에 괴로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왕년엔 나 역시 선수였지만 지금은 링 밖에서 관전 중인 입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조언해 주고 싶다.

누군가에 의해 낙천됐다 해도 그것이 철저한 객관적 판단을 담보하는 게 아닌 이상, 스스로를 낙천시킬 필요는 없다는 말이 그것이다. 자기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 볼 기회로 삼는 건 몰라도 자기를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서 하는 말이다. 어떤 이유에서 건 목표를 가지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다짐한 이상, 공천 받지 못했다고 스스로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낙천은 자신이 바라고 꿈꾸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점을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가는 희망의 과정임을 알아야한다. 굳이 링컨 대통령이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직 대통령 등 낙선, 낙천의 쓰라린 과정을 통해 자신의 큰 목표를 달성한 분들의 이야기를 덧붙일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낙천한 그 즉시 가족이나 지지자 앞에 활짝 웃을 수 있는 자신감과 과감한 배포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낙천은 이제부터 정당을 매개체로 통하지 않고도 국민 앞에 더 확실하고 분명한 정치인으로 살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출발점일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귀뜸해 주는 여유를 갖자.

특히 얼마 전 일본의 지자체 선거에서 무소속이 대거 당선으로 돌풍을 몰고 왔듯, 굴절된 정당현실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우리에게도 일본 사례가 재현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번 기회에 초심으로 돌아가 더 크고 넓은 마음으로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자는 말이다.

그렇게 위기를 기회로 삼는 현자가 되길 바란다.
(2010.4.13)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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