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2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세기의 결혼식

세기의 결혼식



세기의 결혼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다음 달 2일 결혼을 앞둔 장동건 고소영 커플의 결혼 준비에 쏠린 세간의 관심이 식을 줄 모른다. 신부가 입을 드레스나 신랑의 턱시도, 예물반지, 주례나 사회자는 물론 결혼식장과 신혼집 등에 이르는 시시콜콜한 사안 하나하나에까지 쏟아지는 팬들의 궁금증이 장난이 아니다. 그런 팬들의 관심을 배려해서인지 신부 고소영의 혼전 임신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다. 연예인들이 혼전 임신은 물론 결혼 소식까지 무조건 쉬쉬하며 감추기 바빴던 과거를 생각하면 ‘개벽’ 수준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스타들의 혼전 임신 소식은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장동건 고소영 커플 뿐 아니라 혼전임신은 어지간한 연예인 결혼 브리핑에 필수항목처럼 자리잡은 지 오래됐다. 심지어 혼전임신이 혼수 품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반인들의 혼전 인심에 대한 대중의 반응 역시 생각보다 매우 관대한 것 같다. 개방적인 사회적 흐름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관을 우리 세대와 동일시 할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국회의원 주례를 금지하지 않았던 예전엔 다소 어린(?) 때부터 결혼식 주례로 불려 다닌 경험(지금까지 1000여 쌍 정도)이 있는 나로선 세태에 따라 변화하는 결혼 풍속이 유난히 크게 감지되는 편이다.

실제로 일정한 격식에 따라 진행되던 결혼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갈수록 사라지는 게 눈에 보인다. 격식보다는 결혼 당사자들의 창의적인 개성이 새로운 결혼 문화를 주도하는 현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단순한 노파심으로 일축될 정도가 아니라면 당사자들이 좀 더 진중하게 판단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어보겠다.

우선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세밀한 사안까지 따지는 젊은 세대의 모습이 솔직히 낯설게 느껴진다. 특히 이혼을 전제로 재산 분할 사항까지 규정하는 모습은 영 적응이 안되는 부분이다. 준비성이란 점에서 긍정적일지 모르지만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아야 한다는 결혼관에 익숙한 우리 부모 세대로선 결혼하면서 ‘이혼준비’(?)에 지나치게 철저한 대비로 임하는 것 같아 고와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부부 일심동체를 강조하며 결혼을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과정으로 받아들였던 기성세대의 결혼관과 상충되는 요즘 젊은이들의 새로운 결혼관이 걱정스럽다.

두 사람이 서로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되 별도의 공간에서만 가족 공동체로서 동일시되는 개념을 적용하는 이중구조가 요즘 젊은 부부들이 추구하는 결혼생활의 특징이라면 말이다.

개인적으로 바람직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개인영역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혈연 등 특수 관계로 형성된 ‘가족의 끈끈한 개념’에서 얻을 수 있는 강점이 이기적 입장의 지나친 존중으로 인해 약해지는 것은 물론 자칫 결혼제도 자체가 일종의 계약에 의한 거래행위 정도로 전락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를 하게 된다.



혼전 관계에 대한 시각도 좀 더 진중한 분석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혼전임신 사실 공개에 대해 우리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등의 고리타분한 경직성으로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타박을 자초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혼전 임신이 (결혼이나 육아 부분에 있어) 책임 질 수 있는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면 ‘선택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또 혼전 관계가 남녀 사이의 은밀함이 더 이상 개인적인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 풍토 속에서 상대방을 미리 알아본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 하려한다.

그러나 성적 자유로움이 한참 인간관계를 형성해나가는 시기에 있는 젊은 세대에 있어 특히 남녀관계가 감각적이고 표피적으로만 치우치게 되는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혼은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인간의 적극적 선택 영역이다.

아무런 노력없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부부사이는 물론 부모자식과, 이웃간의 관계에까지 그 모든 관계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끊임없는 관심 그리고 양보와 배려를 통해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행복에 다가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결혼 형태와 가족의 모습으로 인해 전통적인 가족관의 수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동성애자 사이의 결혼이나 국제결혼, 계약결혼을 통해 양산되는 가족과 재혼 가정 그리고 주말부부나 기러기 아빠 등의 신조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가족의 형태 등 기존의 관념만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변화가 산재해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모든 정황을 지혜롭게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야말로 행복해질 수 있는 해법이 아닐까 싶다.



세기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장동건 고소영 두 스타커플의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인간의 진화가 계속되는 한 멈추지 않을 삶의 변화 속에서 행복의 키를 놓치지 말고 시작하는 지금의 행복을 끝까지 잘 지켜내길 바란다.
(2010.4.23)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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