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7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말을 풀어라

말을 풀어라



해외 뉴스 시청은 나의 주요 아침 일과 중 하나다. 해외 뉴스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나름의 방편으로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사가 우리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해외 뉴스를 시청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사란 게 수많은 현실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동시에 기억 뒤편으로 사라지는 순간의 반복에 불과한 것 같다. 언젠가 국내 유수의 대형교회 각각의 장소에서 결혼식, 장례식, 칠순잔치 등의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목격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

결국 인간은 자기의 관심사나 기억하고 싶은 일 중심으로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고 이해하려는데 있어 비슷한 속성에 매여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어제 아침 뉴스에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는 강진 발생으로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고 중국 어디에선가는 탄광 붕괴로 다수의 인명이 희생됐다는 소식으로 세상을 전해 들었다.

다음 달 6일 선거일을 앞두고 여당인 노동당(고든 브라운 총리)을 비롯한 보수당(캐머런 당수)과 자유민주당(닉 클레그 당수) 등 주요 정당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영국 총선 관련 소식도 아침 ‘해외 뉴스 시청’을 통해 얻은 정보다.

13년을 집권해 온 노동당의 재신임인지 보수당 정권의 탄생인지 여부에 급격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나의 정치적 DNA 탓이다.

특히 보수당의 힘겨운 신승을 예상하면서도 미국의 오바마식 선거운동을 도입해 적극 활용하는 노동당 선거진영에 주목하고 있는 미국의 한 정치 컨설턴트의 분석이 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은 성공적인 ‘SNS 정치’의 표본으로 인정받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운동기간 일거수일투족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유권자들과 실시간 소통을 통해 공약의 완성도를 높였고 선거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 UCC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공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유권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오바마 뿐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 또한 당시 3D 가상현실 게임인 ‘세컨드 라이프’에 선거홍보물을 게시하기도 했다.

-언론 보도 인용)


인터넷 선거전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기존의 선거운동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 앞으로 전 세계 선거의 메인 메카니즘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평소 나의 생각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프랑스, 영국 등 해외에서는 인너텟이나 SNS 공간에서 정치인이나 유권자의 의견표현이 자유롭게 말할 권리와 정치참여 등의 의미로 적극 장려되는 분위기다. 선거기간 동안 후보들은 언론 등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공약이나 가치관 등을 보충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유권자들은 자유로운 댓글로 지지·비판 의사를 표현하는 식이다.



그런데 우리의 인터넷이나 SNS 현실은 인터넷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할 정도로 경직돼 있다.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벌써 선거법 위반 혐의로 트위터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너무 후진적이고 세계적인 선거 방식에 역행하고 있는 우리의 인터넷, 트위터 등의 관치통제의 변은 옹색하고 민망하기 짝이 없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인터넷 강국답게 인터넷과 SNS가 활용된 새로운 방식의 소통구조로 선거운동 방식을 선도해도 모자랄 판인데 규제와 금지 일색의 구시대적 사고로 통제하려고 한다.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발상 자체가 무리다.

차라리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 방식을 모든 후보가 적극 활용하게 하는 식의 업그레이드 된 선거풍토 정착을 관이 주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규제를 하더라도 일방통행식이 아닌 소통을 전제로 한 규제여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돈은 풀고 말은 막는다’라는 불합리한 선거법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돈 안드는 선거와 국민의 선거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굳이 별도로 애쓸 거 없다. 인터넷 규제만 제대로 풀어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고도 남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인터넷과 트위터에 물린 재갈을 풀고 표현의 자유를 달라. 말을 풀어달라.

촉구한다.

촉구한다.



PS: 영국 수상 후보의 선거운동 모습이 텔레비전에 나왔는데 식당에서나 공공장소에서 유권자를 대하는 그들의 당당한 모습이 (유권자와 함께 어깨동무를 하거나 책상 같은데 걸터앉아 자유롭게 소통하는 모습) 너무 보기 좋았다. 90도 각도로 고개 숙여 악수하는 우리의 경직된 후보 모습과 극도로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유권자들도 일터에서 자유롭고 당당하게 후보들을 맞이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너무 머리를 서로가 조아리는 것은 21C형과는 괴리가 있다는 생각. (2010.4.9)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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