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30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왕도는 찾으면 된다

왕도는 찾으면 된다
 
그의 삶은 진정 아름다웠다.
‘성문종합영어’의 저자, 송성문 선생의 부음을 뒤늦게 접하는 순간 내 의식을 지배한 생각이다. 어려웠던 시절,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참고서로 우리들의 영어 학습을 위해 애쓰셨던 선생의 노고를 되새기노라니 감사한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숙연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는 바이다.   
 
7, 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게는 '성문종합영어'(내가 공부할 때만 해도  ‘정통종합영어’였다)란 이름의 참고서는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1967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1000만권 정도가 팔렸다고 하니 그야말로 낙양의 지가를 올린 명저 중 명저라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영어의 바이블이라는 닉네임으로 정상을 지켜 온 명성에 걸맞게 한 시대를 풍미한  책이었다. 실제로 당시 대학입학 관문을 통과하려면 반드시 이 책을 마스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고의 교재라는 인식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비교적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내 영어의 근간도 따지고 보면 중학교 당시 ‘practical English’(故장영희 교수의 부친인 故 장왕록 교수님이 저자)를 거쳐 고등학교 때 연을 맺은 ‘성문종합영어’가 미친 영향이 크다.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달리 영어를 공부할 방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지방에서 올라온 친구 중에는 테입 리코더조차 낯설어 하는 경우가 많았던 시절의 얘기다.
우리들의 영어 교육에 성문종합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 학생이면 누구나 성문종합영어 책 한권씩은 다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나만 해도 집에 한 권, 학교에 한 권, 휴대용 한 권 해서 총 3권을 갖고 영어공부에 매달렸다. 특히 휴대용 책은 챕터 별로 분해해서 부피를 줄여 늘 끼고 다니다시피 했다. 종로 2가 경복학원인가에서 저자의 강의를 듣기도 했는데 영어가 절로 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심지어 10여년 미국 생활에서 영어가 헛갈리는 상황에서 제일 먼저 꺼내들게 되던 책도 바로 이 책이었다.
성문종합영어의 압권은 누가 뭐라고 해도 문학, 철학, 정치 등의 장르를 망라하며 제시되는 ‘예문’의 화려함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성문종합영어가 주옥같은 명문들을 내 기억에 입력시킨 매개체가 됐다는 데 더 깊은 의미를 두게 되는 것 같다.
저 유명한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나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로 시작되는 케네디 미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 일부는 깊이 각인돼 지금도 전율이 느껴질 만큼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송 선생은 자신의 스테디셀러에서  ‘There is no royal road in mastering English’(영어에는 왕도가 없다)를 비롯 Rome was not built in a day(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등의 경구로 영어 정복의 길이 길고 험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 당시 목표였던 하버드 대학 입학이라는 설정에 다가가고자 하는 열망을 더 아쉽고 절실하게 키웠던 것 같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절대로 영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오기를 다졌었다.
오십을 훌쩍 넘긴 이 시점의 내가 세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이고 나는 또 얼마나 열심히 매진하고 있는 걸까? 영어에 대한 도전과 집착을 통해 일정정도 성과를 거뒀던 것처럼 지금의 내가 매달리고 있는 주제 역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걸까?
지금 이 순간  나의 까까머리 시절을 사로잡았던 꿈과 희망을 대체하고 있는 새로운 나의 ‘현실’을 점검한 끝에 
도달한 나의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꿈이 있었고 목표가 있었고 도달할 방법이 있었으니 행복했던 그 때처럼 지금 역시 꿈과 목표, 열성은 물론 삶의 경륜이 덤으로 준 노하우까지 있으니  그 때 보다 더 잘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비록 일면식도 없지만 오래 전 나의 꿈과 목표를 성취하는데 동반자가 돼 주었던 고인에게 감사드린다. 
더불어  나의 새로운 꿈과 목표를 확인하는 이 밤이다.  
왕도는  찾으면 된다. 
전진, 전진....
                         (2011. 9. 30)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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